[이사람] 일본서 뜨는 한국 '최신가요통'
기사입력 1997년 05월 11일 15시 24분
재일동포 2세 공인회계사 이부철씨（47）.
이씨는 본업인 세무사보다는 라디오 DJ, 그것도 일본에서 한국의 최신가요만 소개하는 DJ로 더 유명하다.
이씨는 300만명의 청취자를 자랑하는 요코하마의 지역 라디오방송국인 가마쿠라 FM에서 한국가요만 소개하는 객원DJ로 활약중이다.
가마쿠라 FM의 `코리안 비트'는 일본에서 유일한 한국가요 전문 프로그램.
이씨는 한국에서 갓 공수된 `따끈따끈'한 최신곡을 소개하고 막간에 한국의 풍물과 재일교포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인, 일본사회의 여러면을 구수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이씨가 라디오 DJ를 맡게 된 것은 지난해초부터.
공인회계사로 성공한 이씨에게 가마쿠라 방송국에서 광고지원을 요청했고, 이씨는 광고비를 지출하는 대가로 매주 금요일 한국 최신가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DJ도 맡겨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가수하면 `조용필', `김연자' 정도만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최신가요를 소개해 `문화적 호기심'을 유발하고, 한국을 알리는 멘트를 곁들인다면 양국 사이에 가로막힌 `보이지 않는 벽'을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방송이 나가자 팩스로 청취자들의 갖가지 사연이 쇄도한 것.
과거 사랑하던 한국인과 결혼하려다 주위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는 어느 일본인 할머니는 "라디오를 들으며 아름다웠던 지난날이 떠올라 눈시울을 적셨다"는 고백을 보내왔다.
또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들은 "한국노래를 통해 한국말을 배우니 훨씬 수월하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방송 한달만에 자체 청취율 조사결과 `코리안 비트'가 카마쿠라방송국의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씨는 청취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지난달 19일에는 인기탤런트 김원희를 게스트로 초청해 한국의 최신 히트곡을 들려주고, 한국의 소식을 들려주는 특집프로그램을 마련해 또 한차례 상종가를 쳤다.
여기에는 평소 이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김원희 소속사인 MCS 대표 조규현씨의 도움이 컸다.
본업인 공인회계사 보다 DJ로 더 잘 나가는 이씨는 "한국의 `신세대' 가요스타들을 초청해 일본의 `신인류' 가수들과 조인트콘서트를 열 계획도 추진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