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이동편의위해 경기취소?'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현대팬들은 올시즌 `웬만큼 비가 와도 야구는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완벽한 배수시설 덕에 8일 유일하게 인천구장에서만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의 LG팬들은 앞으론 이런 생각을 할 것이 틀림없다.
`이동일 전날 더블헤더 1차전이 취소되면 비가 내리지 않아도 2차전은 당연히 취소다'.
롯데－LG의 더블헤더가 예정돼 있던 8일 오후 5시의 잠실구장.
2차전이 열리려면 1시간30분이나 남았지만 그라운드는 너무 좋았다.
달리기 훈련을 하면 스파이크엔 물한방울 묻지 않을 정도였다.
구장앞에서는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렸고, 연인인 듯한 젊은이 한쌍은 눈부신 초저녁 햇살 탓에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LG는 더블헤더 1차전을 취소한 뒤 불과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시40분께 2차전도 운동장 사정이 나빠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확신할 수 없는 날씨와 오전 11시부터 훈련한 선수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중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일을 돌이켜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우예보에도 LG는 선발투수가 구멍난 롯데와 경기를 치러 연패에서 벗어났다（경기중에도 비가 내림）.
기상청은 8일엔 `오후엔 갬'으로 예고했고, LG가 `서둘러' 2차전취소를 결정할 때 비는 그쳤다.
취소결정 뒤 잠실구장엔 내야흙을 뒤엎는 등 경기를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9일 광주 해태전의 이동편의를 위해 고의로 경기를 취소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경기시작전에 경기 거행여부는 물론 홈팀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도 늘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