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아버지와 아들 (7)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치밀한 성격의 허원행은 그동안 몇몇 거물들의 발목을 잡는데 공헌을 세운 장혜정을 결코 소홀히 대접하지 않았다.
자금이 확보되자 강남에 7억 가까운 아파트를 사주었고, 자동차도 그랜져 3.0으로 바꾸어 주었다.
명칭이야 연구소 직원이지만 그녀는 상류사회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변신을 위해 무섭게 노력하고 있었다.
허원행도, 장혜정도, 그리고 뒤늦게 인생을 깨달은 차영일도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제 이 남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다. 그리고 멋지게 살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장혜정은 존경심과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 육감적인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사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 서로를 신뢰하며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한 맹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여권은 그렇다치고, 야권은 어떻습니까."
허원행은 보다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치는 여당만 하는 게 아니며,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김상현 수석부총재나 정대철 부총재가 세대교체를 내세워 DJ에 도전 하는 것을 기정 사실화로 보아야 하고, JP쪽은 자민련의 TK가 압박하고 있습니다."
"압박요?"
"네. 특히 DJP공조 아니면 결별 밖에 방법이 없으며 이 연합을 이루지 못하면 DJ, JP 모두 국민들에게 사기치는게 아니냐는 박철언 부총재의 협박입니다."
"그러니까 DJP연합한다, 말만 하고 이루지 못하면 양김은 국민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전당대회를 열기전에 DJP연합의 구체적 방향을 정하라는 논리죠."
"허허… JP가 자민련 TK 끌어안기 안하면 애먹겠는데요. 너무 김용환의원에게만 의존하니까 그렇죠."
"그보다 더 큰 변수는 TJ입니다."
"예? 박태준！"
박태준.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를 잊고 있었다.
김영삼 정권의 희생타로 알려진 대표적 인물이 박준규, 김재순, 박철언, 그리고 박태준이다.
여기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을 빼면 모두가 TK 사람들이다.
그가 일본에 있을때 이미 포항시민들이 1호로 명예시민권을 주었고, 여기에 박정희 향수까지 살아나 그가 정치활동을 재개한다면 핵폭탄급 힘이 실리게 될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대단히 부담되는 인물이다.
"박태준이 가세한 `TK'목장의 결투가 볼만 할겁니다. 김윤환 고문의 신한국당 세력, 박준규, 박철언의 TK 자민련 세력에 큰 변수가 될테니까요."
허원행도 비로소 깨달은듯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DJP와 9룡 때문에 잠시 박태준 전 회장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그분을 지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