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보리스 '쑥스럽네요'
기사입력 1997년 04월 29일 15시 22분
◇…프로축구가 지난 26일 대망의 정규리그에 들어갔습니다. 개막전부터 박빙의 승부가 펼쳐져 2경기가 무승부, 나머지 3경기가 1골차의 `신승'으로 끝났습니다.
먼저 최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던 유공_현대전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유공의 러시아 출신 수비수 보리스가 목동에서 열린 현대전에서 눈물의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후반 29분 윤정환이 부상으로 그라운드위에 뒹굴자 현대가 볼을 아웃시켰고 이에 대한 답례로 윤정환이 다시 현대 진영으로 패스한다는 볼이 어이없이 골로 연결된데서 비롯됐습니다.
이에 니폼니시 감독은 신사도를 발휘해 유공선수들에게 골문을 열어줄 것을 지시했으나 보리스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채 혼자 우왕좌왕했던 것이지요.
알고본즉 조윤환 코치의 "（골을）먹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이처럼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보리스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허탈하다는 듯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더군요.
어쨌든 올해 한국 프로무대에 뛰어든 보리스로서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셈이 됐습니다.
◇…`철강 형제' 포항과 전남간의 `우의'를 기대하긴 앞으로 힘들 것 같습니다.
포항 사령탑 출신인 허정무 감독이 지난해 전남으로 적(籍)을 옮기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양구단의 `자존심 경쟁'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해 정규리그 고빗길마다 전남에 일격을 당해 다된 밥에 코를 빠뜨려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포항은 이후 단단히 한풀이를 별러왔다고 합니다.
포항은 전남과의 개막전에서도 2천만원의 추가 승리수당을 걸고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포항은 지난해 12월 FA（축구협회）컵 8강전에서도 전남을 상대로 2천만원을 베팅했다고 하니 전남에 느끼는 감정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갈 정도이지요.
결국 1대0 승리를 거둔 포항선수들은 공식 승리수당 110만원에 베팅 보너스 180만원 등 무려 290만원을 챙기게 됐습니다.
◇…또 포항 관계자들은 전남에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 못지않은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포항으로선 지난 90년 이후 7년만에 개막전 승리를 거둔 것이지요.
이뿐 아니라 지금까지 광양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징크스까지 한꺼번에 깼으니 기쁠만도 했겠지요.
◇…전북 이강동 사무국장이 개막경기를 앞두고 `웃는 돼지머리'를 찾기위해 진땀을 뺐다는 후문입니다.
이국장은 개막전야의 출정식에 사용될 돼지머리를 구하기 위해 구단직원들과 함께 무려 4시간 동안이나 시장을 뒤진 끝에
방긋（?） 웃고있는 뽀얀 돼지머리를 들고와서는 "마음에 드는 돼지머리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정성껏 출정식을 가졌지만 삼성에 0대1로 패하자 모두 허탈한 표정을 짓더군요.
◇…대우 안종복 부단장이 요즘 점심을 굶는다고 합니다.
지난 19일 마산에서 열렸던 일화와의 97아디다스컵 9차전에서 점심을 거른채 경기장에 나갔을때 팀이 4대1로 승리,
막판 역전 우승의 짜릿한 경험을 했던 안부단장은 26일 일화와의 천안 개막전에도 점심을 굶고 나와 1대0 승리를 따내자 앞으로는 아예 점심을 건너 뛰기로 작심했다더군요.
이에 안부단장은 "구단 관계자들이 1승을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누가 알겠느냐"며 "시즌이 끝나야 하루 세끼를 찾아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전남은 포항과의 홈 개막전이 벌어진 지난 26일 선수단 가족들을 초청해 대대적인 잔치를 벌였습니다.
전남은 이날 포항에 0대1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가족들과 함께 전용구장에서의 기념촬영 등에 이어 광양제철단지내 금호회관에서 밤이 늦도록 흥이 넘치는 화합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수들은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에게 부모와 처자를 인사시켰고, 박종태 사장과 김영석 단장은 일일이 선수들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술잔을 권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전남이 아디다스컵에서 준우승을 일궈낸 저력도 바로 이러한 가족애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가락에 쥐가 난다."
삼성의 조광래 코치가 요즘 난데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답니다.
최근 구단측이 코칭스태프에게 지급한 펜티엄급 노트북 사용법을 익히느라 시도 때도 없이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가락에 무리가 간 것이지요.
특히 조코치는 부인과 아들이 영국에서 생활중이어서 훈련이 끝나면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경우 숙소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답니다.
조코치는 "선수때는 다리에 쥐가 나더니 이제는 손가락이 뻣뻣하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시대에 뒤지지 않으려면 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