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강한것은 아름다운가 (5)
기사입력 1997년 04월 29일 15시 22분
맘모스는 날나리아를 찾기 위해 사파리를 돌아다녔다.
얼마전까지 좁은 철창 안에서 살다가 4천여평이나 되는 넓은 땅이 모두 자기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흐뭇하기만 했다.
자신이 빠져나온 풀장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 곰들이 뛰어들어가 놀고 몇몇 곰들은 사파리 버스에서 던져주는 건빵을 먹고 재롱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왠지 날나리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파리 복판을 가로지르는 버스 통로는 한눈에 들어오도록 돼 있어 일부러 숨지 않고서야 찾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맘모스는 이상한 예감이 들어 후미진 곳까지 찾아나섰다.
큰 바위를 돌아올라 사파리 벽쪽을 보니 곰 한쌍이 짝짓기에 한창이었다.
맘모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평소 욕심 많기로 소문난 뺑덕어멈이 `깡패' 시커먼스를 꼬득여 발정기를 맞은 암곰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닌가.
사파리에서는 모든 짝짓기가 자신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시커먼스가 이를 어긴 것이다.
이런 경우 시커먼스는 물론, 뺑덕어멈까지 처벌하는 게 사파리의 법이었다.
맘모스가 쿵쾅거리며 달려가자 뒤늦게 왕의 출현을 알아챈 시커먼스와 뺑덕어멈은 발바닥에 불이 나게 도망쳤다.
맘모스는 어느 쪽을 쫓아갈까 생각했다.
결론은 금방 났다.
언젠가 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시커먼스쪽이었다.
어렸을 때 버릇을 잡아놔야지 사파리의 법을 자꾸 어기다 보면 나중에는 왕조차 우습게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맘모스가 자신을 쫓는 걸 안 시커먼스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시커먼스가 아무리 사파리에서 내놓은 깡패라 하더라도 그것은 조무라기들을 괴롭히는 수준이지 천하의 맘모스와 붙을 실력은 애당초 없었다.
며칠전 곰돌에게도 당한 시커먼스가 아닌가.
추격하는 입장보다는 달아나는 입장이 절박하게 마련이다.
당연히 시커먼스와 맘모스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맘모스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이쯤 해둬도 다시는 법을 어기지 않겠지'라고 자위하며 추격을 포기했다.
맘모스가 숨을 고르며 사방을 둘러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저쪽 구석에서 날나리아가 곰돌과 함께 있는 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