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떡과 떡고물
기사입력 1997년 04월 27일 15시 00분
나는 새도 그대로 공중에서 멈추게 했다는 왕년의 그 무시무시한 정보기관 그곳에서 이 거 (엄지손가락)였던 L모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에, 떡 장사를 하다 보면 손에 떡고물이 약간 묻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건 자기가 자기 위치를 남용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의견이었다.
하긴 사람인지라 주변 환경의 유혹에 약해지리라.
그러나 자기 분수도 알고 자기의 자리도 지킬 줄 알아야지 주위에 금방 물 들어 버리면 안된다고 본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을 때 고양이는 아무리 자기 취미가 생선 먹는 것일지라도 자길 믿는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침만 삼키고 말아야지 먹어 치워서야 되겠는가.
어머니가 동시에 취직을 한 세 딸들에게 말했다.
"니네들 회사가 무슨 물건을 취급하는 건지 알겸, 또 아니? 자투리라도 하나씩 들고 오면 살림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겠니?"
다음날 부터 화장품 샘플병을 부지런히 들고 오는 것은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큰 딸였고 방직공장에 다니는 둘째는 천조각을 가져와 베개를 만든다 식탁보를 만든다 했는데
막내는 매일 돈다발을 들고 오다가 나중에는 공금횡령으로 구속되고 말았다. 막내딸이 다닌 곳은 은행이었던 것이다.
은행에 있다보면 모두 돈의 유혹을 받는 걸까 그 사람들만 그런 걸까.
한보 어쩌구 하는 사태에서도 은행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 은행장이 뇌물수수에 연루돼 자리에서 쫓겨남은 물론 구속이 돼 실형을 살았다.
출감을 하고 보니 자기의 전재산이 몰수돼 그야말로 한푼없는 거지 꼴이었다.
달리 특별한 기술도 없고 해서 그는 지하철 안에서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부터 그 전직 은행장의 양 손에 다 깡통이 들려졌다.
사람들은 이 깡통 저 깡통, 양쪽 깡통 중 넣기 편한 곳에 동전을 던져 줬다.
그날도 한 여인이 적선을 하고 나서 전직 은행장 거지에게 물었다.
"거기 아저씨, 왜 깡통을 둘 씩이나 들고 다니시나요?"
30년 이상 은행생활을 했던 그 거지가 대답했다.
"이 지역이 적선율이 높아서 지점을 하나 더 냈습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