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성] 챔프전1차전 강동희 그림자수비 V수훈
기사입력 1997년 04월 26일 15시 16분
`무명초（無名草） 군단' 원주 나래에 또 하나의 깜짝스타가 탄생했다.
팀내 최고참이자 최단신인 박희성（31．1m78）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25일 부산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기아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서 그림자 수비를 펼쳐 나래가 소중한 원정 첫승을 거두는데 수훈갑이 됐다.
정규리그에서 단 3게임에 출전, 8분밖에 뛰지 않으며 무득점에 그친 박희성은 플레이오프 들어서도 거의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선발요원 이인규가 지난 18일 SBS전에서 어깨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대신 주전자리를 꿰찼던 것.
나래 최명룡 감독이 박희성에게 내린 특명은 기아 `항모 사령관' 강동희의 철저 봉쇄.
명지고 시절 박희성은 동갑내기로 당시 송도고 주전가드였던 강동희의 마크맨이었다.
때문에 강동희의 슛모션, 패싱과 드리블 습성 등을 속속히 꿰뚫고 있었다.
박희성은 경기 초반부터 볼과 상관없이 강동희를 줄기차게 쫓아다니며 철통같이 수비했다.
4쿼터 4분43초 5반칙으로 파울아웃될 때까지 강동희는 박희성의 집요한 디펜스에 휘말려 어시스트 3개에 단 9득점에 그쳤다.
강동희가 정규리그에서 게임당 평균 7.3개의 어시스트로 이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을 고려할 때 평소 절반에도 못미친다.
명지중_고와 국민대를 거쳐 지난 90년 나래의 전신인 산업은행에 입단한 박희성은 다른 팀동료와 마찬가지로 우승보다는 패배에 익숙해 있었다.
또한 은퇴후 회사복귀를 전제로 연봉없이 월급만으로 출전하고 있는 반쪽짜리 프로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질경이처럼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던 것.
97프로농구 개막전에는 약체로 지목받던 나래.
그러나 오랜 무명의 터널을 뚫고 장윤섭 강병수 이인규 등이 코트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덕분에 당당히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이제 `치악산 파랑새' 나래는 혜성처럼 나타난 전문수비수 박희성의 가세로 대망의 원년 챔피언을 향해 더욱 힘찬 날갯짓을 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