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KBL의 막판 '몸사리기'
기사입력 1997년 04월 23일 16시 23분
영국의 경영학자 파킨슨은 사회생태학적 관점에서 공직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파킨슨은 이 논문에서 `공무원은 서로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서로에게 업무를 만들어준다'고 고발했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을 통쾌하게 꼬집었던 파킨슨의 논문은 최근들어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적용되는 법칙으로 자리잡았다.
KBL（한국농구연맹）도 요즘 `파킨슨의 법칙'이 정착한 듯한 인상이 짙다.
일부 농구인들의 우려속에서 지난 2월1일 역사적인 출범을 했던 프로농구는 3개월여 동안 사회적인 이목을 끌며 겨울 프로스포츠의 백미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관중동원면에서도 바람을 적절히 탔고 특히 지방경기장에서는 이상과열징후까지 보이며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뜨거운 호응에 비해 최근 KBL의 행정은 팬들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플레이오프들면서 더 높아져야 할 관심도가 시들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KBL 의사결정권자들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된 듯 하다.
KBL 상층부나 이사회는 "시범리그나 다름없었던 올시즌은 기대 이상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수작（秀作）이었다"고 공공연히 밝힐 만큼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KBL 실무진이 내놓는 제안이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막판에 무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접어버리기 일쑤다.
일례로 시장조사를 통해 프로농구의 사업성을 검토하자는 실무진의 제안에 대해 KBL 고위관계자는 "더이상 일을 만들지 말자"며 반려했다.
지난해 12월 70대1의 바늘구멍을 뚫고 KBL에 입사한 실무진들로서는 `조직의 쓴맛'에 뒷짐만 지고있는 실정이고 요즘은 "시키는 일이나 하자"는 식이다.
물론 하부의 의견을 상층부가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게 조직의 생리다.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지루함마저 느끼게 하는 프로농구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KBL 상층부의 의식전환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