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난생처음 전용기사 둔 천감독
기사입력 1997년 04월 22일 14시 43분
4월22일 오후 2시30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116동 앞.
회색 소나타Ⅱ가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40대 중반의 `스포츠맨'이 쭈뼛 쭈뼛거리며 차를 탔다.
"감독님, 제가 문을 열어 드리려했는데…."
"아, 뭐 아무려면 어때요."
LG 천보성감독은 회사에서 제공한 승용차를 탄지 1주일이 다 돼 가지만 기사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쓴다.
난생 처음 기사를 부려보기 때문이다.
천감독 자신도 남 눈치를 살펴 거드름을 좀 피우려고 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이 된지 몇달 안돼 상전 노릇이 쉽지가 않다.
삼성 시절 포함, 12년간 코치를 지내며 감독 모시기가 몸에 배 남에게 하대를 하는게 전혀 체질에 안 맞는 탓이다.
보다 못해 LG 운전기사중 가장 나이가 많은 원한식씨가 천감독에게 기사를 대하는 요령을 한시간이나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지난해 11월1일 사령탑에 취임했던 천감독은 애초 구단에 손수운전을 하겠다고 요청해 그간 출퇴근을 스스로 해결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동기생이기도 한 김인식 수석코치가 구단에 건의, `사장급 감독'이 된 것.
한편 8개 구단중 기사를 둔 감독은 LG 삼성 쌍방울 한화 등 4명이며 해태 현대 롯데는 손수 운전자이다.
유일하게 운전면허증이 없는 OB 김인식감독은 코치들의 차를 얻어 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