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힙합 단속 비상
기사입력 1997년 04월 21일 17시 20분
10대들 사이에 `힙합비상'이 걸렸다.
최근 교육부가 전국 각 중－고교에 힙합풍의 바지와 지나치게 긴 허리띠 등을 착용한 학생을 단속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힙합패션'을 한 학생들사이에 단속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확산되고 있는 것.
힙합패션이란 미국 흑인들의 옷차림에서 유래된 것으로 통이 크고 바지끝이 땅에 질질 끌리는 일명 `똥싼 바지'와 끝이 무릎근처까지 내려오는 긴 허리띠, 체형에 비해 지나치게 큰 운동화 등의 복합코디네이션이다.
힙합패션은 `H.O.T', `영턱스 클럽' 등 하이틴 스타들의 단골패션인데다 서울 명동, 압구정동, 홍대앞 등 신세대거리의 유행전선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차림새다.
이같은 힙합패션의 단속령에 대한 10대들의 자구책은 우선 멜빵착용.
긴 허리띠를 착용하는 대신 멜빵으로 골반부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청바지가 벗겨지는 불상사를 막고 있다.
서울 K고 2년 심재은군（17）은 "`힙합단속' 발표가 나온 뒤 허리띠 대신 멜빵을 한 친구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단속초기라 그런지 선생님들이 멜빵을 한 것까지는 봐주고 있지만, 언제 멜빵도 단속대상에 포함될지 몰라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큰맘먹고 구입한 고가의 힙합바지를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의류 수선점을 찾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 의류 수선전문점에는 벌써부터 `힙합패션'을 손보려는 중고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수선점을 운영하는 강경숙씨（45）는 "지나치게 긴 바지 기장과 큰 통을 줄이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약간만 손질해도 그런대로 `힙합패션'이 아닌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에는 교육부의 힙합단속을 비난하는 글도 잇달아 오르고 있다.
하이텔 플라자란의 경우 지난 18일 `힙합단속' 발표 이후 20여건의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교육부의 단속을 비난하는 내용들이다.
이대로씨（sk8manny）는 "몇억 몇천만원씩 해먹고도 뻔뻔한 사람들은 다 정장을 입었더라"며 "힙합바지가 없었을 때도 비행청소년은 있었던 것이고, 옷보다는 정신상태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관련의류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
주로 힙합형 청바지를 만드는 GV2 매장의 숍마스터 박현진씨（27）는 "지난해보다 통이 더 큰 힙합바지가 봄신상품으로 출시됐는데 학교에서 단속을 한다니 큰 일"이라며 "그래도 중고생들은 방과후면 대부분 힙합바지로 바꿔입는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