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주말부업 바람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4시 30분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살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주말부업 열풍이 불고 있다. 토요일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면서 주말을 이용,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것. S사 과장 이찬규씨（35）는 "주말에는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의 일을 도와준다"며 "작년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얼마 동안은 주말을 이용해 휴가를 다녀오는 동료들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대부분이 부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1∼2회 정도 있는 국경일과 명절 연휴만 쉬어도 충분한 휴식이 된다는 게 이씨의 얘기. 이렇듯 주말부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매주 풍족하지 못한 형편에 남부럽지 않은 휴가를 보내야 한다는 `휴가노이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다 혹시 닥쳐올지도 모를 `명퇴'에도 대비, 자금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 더욱이 직장인들이 불경기에 따른 감원에 대한 공포와 함께 임금동결, 각종 수당축소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반면, 물가는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주말부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주말부업 직장인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직종은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서도 수입은 짭짤한 것. 마사회 마권발매원의 경우 주말 이틀간만 일해도 월 25만원 가량의 보수에 연간 400％의 상여금과 호봉인상, 퇴직금까지 받을 수 있어 자리가 날 때까지 6개월 이상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만도 수백명에 이르고 있다. 를 비롯해 용평리조트, 대명콘도 등 주말이용객이 붐비는 위락시설이나 리조트 역시 두둑한 수입과 함께 나름대로의 휴가분위기도 낼 수 있어 주말부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는 마찬가지. 특히 젊은 여성직장인들은 내레이터모델로 나설 경우 하루 10만∼20만원 정도 벌 수 있어 외모에 약간이라도 자신이 있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이벤트회사를 찾는다. 국내 유일의 온로드 자동차경주장인 스피드웨이의 임동진 부장은 "주말경주에 레이싱걸로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직장인들"이라며 "안전요원이나 주차관리요원 역시 주말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단순 부업과 함께 외국어에 능통한 직장인들은 해외관광객들의 투어컨덕터에 나서고, 국문학과 출신들은 대학입시생들의 논술고사에 대비한 작문지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전공을 살리면서 고수입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