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김수임] 무대 올린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3시 56분
극작가 정복근, 연출가 한태숙 그리고 배우 . `덕혜옹주'에서 찰떡궁합을 맞춘 여성 연극인 트리오가 2년만에 다시 뭉쳐 야심작을 선보인다.
동숭아트센터(김옥랑)가 제작, 오는 29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여간첩 김수임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나, 김수임'이 그것.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부딪치던 시기, 계산없는 사랑에 빠져 결국 남－북 양쪽에서 각각 간첩으로 처형된 이강국과 김수임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대적인 배경은 지난 1945년부터 50년까지. 칠흑같은 암흑의 시대가 끝나고 충만한 자유의 빛이 넘실대기 시작하던 그 때. 국가보안법도 태어나지 않았고, 사회주의가 다음 시대를 비출 하나의 이상적 대안쯤으로 보일 수 있었던 시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예민하고 고통스런 시기였던 이 시기를 순수한 용기로 거침없이 살아낸 젊은 인텔리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애잔하게 펼쳐진다.
처참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성장환경,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의 광풍을 그대로 맞았던 위태로운 삶, 결국 서로를 파괴하고 만 비극적 사랑.
극작가인 정복근씨는 "목숨을 걸 만큼 투철한 사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나 야망도 없이 가망없는 사랑에 헌신했던 한 여인이 시대의 흐름속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마타하리'로 불리는 김수임은 가 맡아, 뮤지컬 `명성황후' 이후 1년만에 정극무대로 돌아와 특유의 `끼'를 선보여 관심을 끈다.
안정감 넘치는 연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명구가 이강국으로, 여기에 한상미 차유경 최일화 최홍일 이용구 성지루가 출연, 앙상블을 이룬다.
연출가 한태숙씨는 "김수임을 연극화하면서 이데올로기의 순교자나 성숙지 못한 여류명사이기보다는 반공법을 어겨가며 사랑에 헌신했던 운명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연출노트를 밝혔다.
화－목 오후 7시30분. 수－금－토 오후 4시, 7시30분. 공휴일 오후 3, 6시. 일 오후 3시. (02)766－33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