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러브스토리] '엄마가 돼줄래?' 첫 프로포즈
기사입력 1997년 04월 17일 14시 47분
내 사랑 성우씨.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만나자마자 불같이 뜨거워졌다.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우린 전화통화를 많이 했다. 매일 전화로 주고받은 성우씨와의 밀어는 우리 사랑의 확인이었고 그날의 프로포즈였다.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전화 수화기로 들려오는 성우씨의 목소리에 감기 기운이 있는 것같아 `병원에라도 가보라'고 권하자 "병원에 가는 것도 좋지만 시라가 내 엄마같은 역할을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농담처럼 들리면서도 뭔가 찡한 느낌이 와닿았다.
내게 해주는 `애기야！'라는 호칭과는 달리 마음 한구석엔 성우씨가 더 응석을 부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난 그 말을 "아내가 돼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굳이 얘기를 한다면 이것이 성우씨가 내게 한 사실상의 첫 프로포즈였던 셈이다.
만난지 한달쯤 됐을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세상이 온통 들떠 있었다.
성우씨는 내게 `사랑의 선물'을 해주었고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그후로도 성우씨는 두번씩 해외를 다녀오면서 4가지 색깔의 목폴라를 선물로 사다주었다. 어느새 우린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었다.
세상이 아름답고 황홀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사랑이 내게 안겨준 선물은 너무나 크고 위대했다.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두달만에 성우씨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땐 이미 마음속으로 결혼을 굳힌 상태였기 때문에 금방 한 가족같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성우씨 역시 우리집을 방문했고 일찌감치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 이때부터 번갈아 집을 오가며 데이트를 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외부에서의 만남은 피했다.
하지만 성우씨를 만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그 이전까지 자주 만났던 친구들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방송일이 없는 날 친구들과 가끔 영화를 보러가던 일도 없어졌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다.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은 성우씨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데도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