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콤비] 한풀이
기사입력 1997년 04월 14일 14시 19분
대구 동양 오리온스의 `바늘과 실' （24）과 （24）의 가슴 깊은 곳엔 늘 응어리진 한（恨）이 있다.
92학번인 이들이 고려대 졸업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2월.
당시 고려대는 과 함께 양희승 신기성 등으로 짜여져 역대 대학농구 최강의 `베스트 5'였다.
졸업반이던 95년엔 대학농구 전대회를 석권하며 `안암골 호랑이 전성시대'를 열었고 마지막 남은 `사냥감'은 농구대잔치 우승.
정규리그서 실업명문팀까지 전부 제치고 13전전승을 기록, 1위로 8강 플레이오프에 오를 때만 해도 둘은 졸업선물로 큼지막한 우승 트로피를 챙길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준결승에서 고려대는 허 재－－ 트리오가 버티고 있던 기아자동차와 맞닥뜨렸지만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예선리그서 이미 기아를 꺾은 적이 있는데다 예선과 플레이오프를 포함, 15연승을 질주하며 사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기 때문.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 탓인지 1차전을 52대74로 어이없이 내준 고려대는 2차전서는 82대61로 쾌승, 결승행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악몽의 2월20일.
고려대는 52대71로 대패하며 과 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쓸쓸한 졸업식 뿐이었다.
졸업과 함께 신생팀 동양제과에 입단한 둘은 지난해 4월 창단 27일만에 코리안리그 우승을 이룩하며 다시 전성기를 열었지만 그해 늦겨울의 아픈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원년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준결승이 벌어진 13일 대구 실내체육관.
선수들의 면면이 조금 바뀌고 검은 용병들이 가세했지만 그때와 너무나 상황이 흡사했다.
마음 한구석에 늘 도사리고 있는 응어리를 풀겠다는 듯 이들 `황금콤비'는 기아의 바스켓을 연달아 유린했다.
그리고 경기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그들은 감격의 포옹을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