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현] '청첩장 고급화 시대' 여는 교수
기사입력 1997년 04월 10일 14시 39분
"청첩장 고급화 시대를 열겠습니다！" 일선 대학 교수가 청첩장 디자인 제작에 뛰어들었다. 시각디자인과 지상현 교수（38）. 인간행동 연구소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지교수는 최근 대광기획의 청첩장 제작 과정에 참여해 아트 디렉터 일을 도맡았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싶었습니다. 국내 청첩장 시장이 특정 업체에 너무 집중돼 있어 소비자의 요구 수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홍대 미대를 졸업한 지교수는 심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지난 94년 결혼을 앞두고 본인이 손수 청첩장을 만든 적이 있다고. 당시 청첩장을 본 사람들이 본인들이 그 디자인을 차용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올때 소비자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는 지교수는 중학교 동창생이 청첩장 제작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동참하게 됐단다. 지난 겨울방학 내내 씨름해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청첩장은 크게 4가지 테마로 나뉜다. 전통, 해체, 로망, 갤러리 시리즈. 뜻이 있는 청첩장이라는 의미에서 `유지 청첩장'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전통시리즈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한지나 박지를 구겨 질감을 낸 뒤 사진촬영을 해 표지로 썼는가하면 아내의 한복을 빌려 한복 고유의 선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해체시리즈는 포스트모던한 이미지로 채웠습니다. 야자수와 수화물 티켓 등의 이미지를 도용해 신혼여행 기분을 내기도 하고. 달력을 그려넣은 뒤 특정한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넣기도 하고…."
디자인에 집중 투자하는 대신 금박을 입힌다든가 요철을 주는 기교는 빼 가격을 기존제품의 수준에 맞췄다고. 지교수는 청첩장이 그림과 함께 문자가 들어가는 `문인화'와 비슷한 성격을 띤 인쇄매체인만큼 디자인 못지않게 카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