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유도심판의 '빗나간 애교심'
기사입력 1997년 04월 10일 14시 36분
판정시비 없는 `청정（淸淨） 매트'는 불가능한 일인가. 97국가대표 2차선발전 겸 제23회 회장기전국유도대회가 벌어진 9일 창원실내체육관. 남자 71㎏급 김정길（）은 김대욱（용인대）과의 3회전서 득점에 가까운 기술을 구사하며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5분 동안 양선수 모두 무득점에 그치자 판정에 의해 승자가 가려지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밖으로 김대욱의 2대1 판정승. 코칭스태프는 이에 반발, 김정길을 퇴장시키지 않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김정행 회장（용인대 총장）을 비롯한 유도회 임원진과 배심원 등이 판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 재판정이 이루어졌다. 재심 결과는 김정길의 3대0 심판 전원일치의 판정승. 국내 유도대회 사상 초유의 판정번복 `사건'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지난 89년 유고세계선수권에서 윤 현이 준결승서 구소련 선수에게 판정이 뒤바뀌어 동메달에 머물렀던 적은 있어도 국내무대에선 처음있는 일. 이같은 오심은 미숙함보다는 특정학교 출신 심판 2명의 그릇된 애교심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체 심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학교 출신은 `팔이 안으로 굽음'을 몸소 실천, 대회때 마다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심판진의 이같은 횡포는 이제껏 관행처럼 묵과됐던 것과 비교할 때 이번 경우는 변화된 모습이다. 지난 8일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석권한 `월드스타' （마사회）이 3회전서 배재찬（용인대）에게 0대3으로 판정패하자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10여분간 매트에 앉아 편파판정과 심판불신의 깊은 대립의 골에서 무언의 항의를 한 것. 비특정학교를 거친 역시 최고의 위치에 오를때 까지 늘상 부딪친 문제였기에 더욱 가슴을 옥죄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의 판정시비는 사라져야 한다. 모든 유도인들은 이번 판정번복 `사건'을 판정시비를 일소하고 엄정한 잣대만이 존재하는 깨끗한 매트 조성의 전향적인 계기로 삼아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