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시리즈] '지금은 재판중'정태수씨 발뺌 빗대
기사입력 1997년 04월 08일 15시 16분
"TS시리즈를 아십니까."
한보그룹총회장에 대한 구치소청문회를 계기로 그의 이름약자를 딴 `TS시리즈'가 등장, 관심을 끌고 있다.
`TS시리즈'는 정씨가 7일 청문회에서 일관한 발뺌을 빗댄 게 대부분.
정씨가 이날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지금은 재판중이기 때문에 말 할 수 없다'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면서 `지금은 재판중'이 곤란한 답변을 회피하는 우스갯소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생각중'이나 `추진중', `고려중' 등 이른바 `∼중시리즈'라는 아류를 낳고 있기도 하다.
`머슴' 역시 직장인들이 애용할 수 있는 핑계의 대명사로 각광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
`머슴이 하는 일인데 총회장인 내가 시시콜콜 알 수는 없는 일이다'는 말에 직장인들은 `머슴인 주제에 월급이나 받고 챙길 건 챙기면 그만이지'라거나 `머슴주제에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되지 무슨 자진 야근이냐'는 등의 자조가 공감을 얻고 있다.
또 동료나 친구에게서 돈을 꾸고도 갚지 않을 때도 `나중에 이자까지 물어주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는 근거를 정씨가 마련해줬다는 것.
이해범씨（36．회사원）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탈세에 대해 `나중에 돈벌어 이자까지 갚으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답한 정씨의 답변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정씨 덕분에 동료들에게 꿔준 돈을 달라고 재촉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부부 가운데 한쪽이 `비자금'을 챙겨놓았다가 들켰을 때도 계열사간의 편법적인 내부거래를 통한 수천억원의 차익금을 로비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정치자금'이라고 변명한 정씨처럼
`당신의 생일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용돈을 쪼개 알뜰히 모은 돈'이라는 등으로 부인하면 된다는 것.
또 `호텔로비에서 커피마시는 게 로비냐'는 말처럼 외도하다가 들켰을 때도 `호텔에 함께 들어갔다고 외도냐'라고 하거나
`추가기소되는 불리함이 있기 때문에 말 못하겠다'는 정씨의 말처럼 결정적인 증거를 잡혀 발뺌을 할 수 없을 때는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