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정치음모 (1)
기사입력 1997년 04월 08일 14시 58분
96년 여름은 참으로 길고 뜨거웠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한국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국민들에게 흥분도 만족감도 주지 못했다. `빠떼루'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레슬링 해설자를 스타로 만든것 이외에는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올림픽이었다. 이유는 경제침체였다. 바닥시장은 자금 고갈로 허덕대고 중소기업은 수없이 문을 닫았다. 명예퇴직은 젊은 직장인과 나이든 고참사원을 거리로 내몰았고, 무역적자는 하늘 높은줄 몰랐다. `무능한 YS'의 욕지거리가 거리를 뒤덮었고 차라리 시절이 나았다는 한숨아닌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후퇴와 침몰을 모르며 성장으로 치닫기만 하던 경제가 갑자기 깊은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국민들은 당황하여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제2의 멕시코가 된다느니 경제공황이 온다느니, 식량사정이 절박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등 불안한 소문만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이런 혼돈 속에서도 정계는 마치 제철을 만난듯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DJP로 야당 대 연합' `9룡의 각축전' `내각제로 전환' 등 정당의 전략이 무성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특히 의 민주계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내분에 몸살을 앓으면서도 정권 재창출에 혼신의 힘을 들어붓고 있었고, 영입파 은 서로 자신이 대통령감이라며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치상황을 마치 권투시합 보듯 느긋한 자세로 관전하는 그룹이 있었다. 정권 재창출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거미줄처럼 쳐놓은 정보망과 각 후보감들에 대한 약점이 속속 입수되고, 자신들이 후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마스터 플랜이 마련되어 가고 있었다. 의 최측근 박태중과 몇몇 참모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조직으로 정국 깊숙이 파고들어 힘을 비축시키고 국가 정책에도 개입하여 보이지 않는 작은 정부를 형성해 놓고 있었다. "됐다. 이정도면 우리 허락없이는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 이무렵. 박태중에 버금가는 최측근 한명에게 자신들의 계보 의원 한명으로 부터 이상한 연락이 왔다. "장국장님. 저 한의원 입니다." "한의원님? 웬일이십니까. 요즘 잘 돼가시죠."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 아주 중요한 … 영식님 문제입니다." "김소장님 문제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긴 말 못합니다. 내일 국장님 사무실로 누가 찾아 갈겁니다. 그를 만나 보십시오." "이름이 뭐요." "허원행 이라는 사람입니다." "허원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