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 메뚜기떼 극성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5시 02분
나이트클럽들이 몰려드는 메뚜기족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블루스 타임에는 종업원의 눈을 피해 화장실로 들어간 뒤 디스코타임만 되면 스테이지로 나와 공짜 춤을 즐기는 메뚜기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서울 강남역 일대 나이트클럽들은 하루 입장 춤꾼의 5% 이상이 이같은 메뚜기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뚜기족들의 주목적은 오직 공짜로 춤추는 것이어서 술이나 부킹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들은 혼잡을 틈타 몰래 들어온 뒤 화장실에 숨어 있다 적당한 때에 무대에 뛰어들어 깜짝 춤을 즐기기 때문에 색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이들은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요즘에도 티셔츠 하나만 달랑 입고 정문으로 버젓이 입장하기도 한다.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인상을 풍기기 위한 것이다.
"안에 일행이 있다"는 말로 문지기를 교란시키는 방법도 종종 애용하고 있다.
화려한 의상을 한 늘씬한 미녀가 이같은 말을 할 경우 십중팔구 그 말을 믿고 들여 보내주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한모양(S대 1년)은 "춤은 추고 싶은데 돈이 없는 날이면 가끔 이같은 편법을 쓰기도 한다"며 "처음에 돈을 내고 꾸준히 다녀 출입구 종업원들의 얼굴을 익혀두면 유리하다"고 말했다.
나이트클럽 메뚜기족의 유일한 단점은 부킹을 할 수 없다는 것.
테이블에 앉아야 웨이터들이 부킹을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N나이트클럽의 지배인 최모씨(35)는 "메뚜기족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참 바쁜 시간대라 이들을 찾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메뚜기족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