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원] 자축 결승골 노바스켓 처리 '우울한 생일'
기사입력 1997년 04월 03일 15시 03분
대우 우지원（24）에게 지난 2일 원주 나래전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슬픈 드라마'가 될 것이다.
우지원의 생년월일은 73년 4월2일. 나래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 첫 게임이 벌어졌던 2일에 24번째 생일을 맞았던 것.
이날 경기종료의 부저가 울린 뒤 `생애 최고의 날'임을 굳게 믿었던 우지원은 불과 5초를 사이에 두고 `통한의 날'로 바뀌는 비애를 맛봐야 했다.
우지원은 2일 구단버스안에서 수북히 쌓인 50여통의 팬레터를 발견했다. 하나같이 `오빠 생일 축하해요'라는 내용의 글귀들.
우지원은 팬레터가 동료들의 눈에 안띄게 재빨리 가방안에 챙겨넣었다.
혹시 자신의 생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중요한 일전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해서 였다.
하지만 경기장에 도착한 이후 여고생들이 24개의 촛불을 담은 생일 케이크를 선물했을 때 비밀은 드러나고 말았다.
우지원은 피식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코트로 나섰다.
나래와 4쿼터 막판까지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승부.
경기종료 1.9초를 남기고 102-103으로 뒤진 상황에서 우지원은 나래 수비의 마크를 뚫고 질풍같이 드리블하다 하프라인을 넘어선 느낌이 드는 순간 곧바로 슛을 던졌다.
볼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백보드를 맞고 그대로 바스켓안에 빨려들어갔다.
105-103, 극적인 승리.
이순간 우지원은 기쁨에 어쩔줄 모르며 코트를 뒹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였다. 심판은 노바스켓을 선언, 기쁨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으로 바뀌어 버렸다.
`내 생애 최고의 생일이 될 줄 알았는데…'.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떨군 채 숙소로 돌아온 우지원에게는 또 하나의 커다란 생일 케이크가 준비돼 있었다.
직접 원주에 내려온 구단주 김창희 사장이 생일 파티를 마련한 것.
김사장은 승부를 떠나 선수들에게 금기시돼 온 `폭탄주'를 권했고, 우지원은 또 한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