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형제의 반란 (2)
기사입력 1997년 03월 26일 15시 50분
바람이 제법 쌀쌀한 92년 초겨울, 호구는 평소 점찍어 놓았던 동갑내기 암호랑이 호영이와 함게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호랑이가 한국을 비록한 시베리아가 원산지인 동물이라고 해도 추위는 싫어하게 마련이다.전기 코일이 깔려 잇어 다뜻한 아랫목과 같은 바위 위에 누운 호구는 호영의 가슴털에 얼굴을 묻고 포근함을 즐기고 있었다.발정기가 아니어서 욕망을 불태우지는 못하는게 아쉬웠지만 암컷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털을 비비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바로 그대 호걸이 헛기침을 하듯 으르렁 소리를 내며 나타나 둘 사이를 비집고 눕는 게 아닌가.호구로서는 달콤한 순간이 깨진 게 여간 아쉽지 않았다.물론 동물이 모여 살다 보면 아무 생각없이 부딫치기도 하고, 함께 붙어있기도 한다.더구나 날씨가 쌀쌀해지면 몇개 되지 않는 전기 구들장에 사자와 호랑이가 암수 구별없이 뒤섞여 눕는 일이 많다.그러나 호걸의 행위는 호구와 호영의 데이트를 방해하려는 게 분병했다.적어도 호구가 느끼기에는 그랬다.그렇다고 형이자, 호랑이 공화룰의 최고 실력자인 호걸이 한 짓에 대해 드러내 놓고 불만을 터뜨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호구가 감히 어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호걸은 아예 호영이 쪽으로 누워 목털을 긴 혀로 핥기 시작했다.노골적인 성적 유혹이었다.암컷은 생리적으로 발정기 때만 수컷을 받아들이도록 돼 있다.호영은 호걸의 유혹이 귀찮아 발떡 일어나 바위 밑으로 내려갔다.호구가 이런 모습은 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는 동안 호걸도 어슬렁 거리며 호영을 따라갔다.호영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호걸이 바로 뒤에 붙었다.호걸의 몸짓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호영은 몸을 흔들며 뿌리쳤지만 호랑이 최고의 완력을 가진 호걸을 당할 수는 없었다.호걸은 앞발로 호영의 어꺠를 강하게 누르고 마구잡이로 뜻을 이루었다.수컷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당한 호영은 심한 통증 때문에 고통스런 소리를 질렀지만 그것은 오히려 호걸의 성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 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