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형제의 반란 (1)
기사입력 1997년 03월 25일 16시 03분
등 따습고, 배 부른 동물의 유일한 고민거리는 바로 섹스 문제다. 어쩌면 조금 춥고, 배가 고프더라도 섹스는 가장 우선 순위일 수도 있다. 사파리의 사자나 호랑이도 이같은 자연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충분한 식사와 따뜻한 잠자리가 보장되는 사파리인 만큼 섹스는 가장 예민한 관심사항이다. 사자들이 정권 다툼을 하느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는 동안 호랑이 공화국의 절대권력자 호걸은 통치권자의 특혜를 마음껏 누리고 살았다. 대부분이 피를 나눈 형제여서 특별한 라이벌도 없는 태평성대였다. 그러나 그 태평성대는 오직 호걸에게만 국한된 것이지 한창 커나가는 호구와 호식에게는 전혀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호구와 호식은 날이 갈수록 호걸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92년 3월21일 호랑이와 사자가 합사할 때 호랑이는 수컷 8마리, 암컷 7마리가 사파리에 입주했다. 사자가 12대3으로 수컷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과 비교하면 `남녀공학'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호걸이가 암호랑이 7마리를 독점해버린 것이다. 호구와 호식을 비롯한 다른 수컷들은 처음 합사 때만 해도 암컷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호랑이와 달리 패거리로 몰려 다니는 사자들에게 언제 집단구타를 당할 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호랑이 공화국에서 싸움깨나 한다는 수컷들은 대부분 사자들에게 당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러나 호랑이들이 똘똘 뭉쳐 사자들을 차례로 물리친 뒤 상황이 달라졌다. 호랑이들은 또다시 흩어졌지만 사자들은 호랑이들의 재결속을 두려워해 이제는 자신들끼리만 권력투쟁을 벌일 뿐이었다. 밖으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지자 호구 호식 등 졸개 호랑이들은 암컷들에게 눈을 돌렸다. 호랑이 왕 호걸은 처음에는 호구 호식 등 사자와의 전면전 때 공을 세운 호랑이들이 암컷들과 데이트하는 것을 못본 척 하더니 평화공존시대가 되자 날이 갈수록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