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임선근 8단 ●정대상 7단
기사입력 1997년 03월 25일 16시 02분
제3보(48∼61)＝자기보다 강한 자를 만나면 `대형정석'을 유도하라는 말이 있다. 대형정석이란 그만큼 판을 좁게 만들며 변화의 여지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은 어디까지나 하수의 입장에서 풀이한 것이고 역으로 변화의 여지가 별로 없는 만큼 그대로 고수에 밀려버릴 수 있다는 얘기도 성립한다.
어쨌든 일장일단이 있는 말인데 요즘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 바둑 자체의 묘미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프로세계에서 잘 두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 판도 우하귀에서 파생한 대형 정석이 어느덧 국면의 골격을 갖추게 된 모습. 그러나 정석 그 자체보다는 그 이후의 운영이 더욱 중요함은 불문가지. 그러면 그 이후의 진행을 살펴보자.
백 48. 상식적인 수이나 흑 49 달림을 허용해 싱거운 감이 있다. 백 1로 한칸 낮추는 것이 좋았다. 3까지 `꿩먹고 알먹고' 즉 실리를 취하면서 흑 말을 공격하는 즐거움도 남는다.
백 50도 중복의 감이 있다. 좌변 뒷문이 열린 만큼 `가'로 한칸 더 벌릴 자리. 백 52도 지적된 수. 어차피 실전처럼 좌변 일대를 키우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면 `나'로 한칸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흑 53 때 백 54는 또 뭔가. 이 수는 다음 `다'에 두어 백 `라', 흑 `마'의 차단을 엿본 수이나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흑 55가 백의 리듬에 장단을 맞춰준 수. 백 56, 58로 뻗게 만들어 주어서는 흑도 한 게 없다.
무조건 흑 1로 젖혀 백으로 하여금 8까지 공배를 이어가게 만든 뒤 9까지 깨끗이 정비할 곳. 다음 A의 끊김은 흑 B로 뻗어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