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프로16년'한국야구 색깔'찾자
기사입력 1997년 03월 24일 15시 00분
흔히들 미국은 `총잡이 야구（Gunman Baseball）' 일본은 분석 야구（Importance Date Baseball）라고 한다. 최고의 기량을 앞세운 정면승부의 호쾌한 야구를 지향하는 것이 라면 일본은 현미경식 분석과 다양한 작전구사로 다소 비겁하더라도 이기는 것을 택하기 때문에 붙여진 얘기다. 미국에서는 선발투수 예고제 등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칙으로 삼지만 일본은 위장오더까지 내며 상대 속이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하는 일도 사뭇 다르다. 끊임없는 개척정신을 신봉하는 미국은 선수들의 창의력에 맡기는 스타일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정면대결의 고전적인 방식을 즐긴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는 판이하다. 경기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감독이 쥐고 흔든다. 타자는 물론이고 투수들까지도 벤치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뛰고 있는 이 마무리로 나갈 때면 볼 한개 던질 때마다 감독 또는 배터리코치의 사인이 포수에게 전달된다. 공격에서도 미국과 일본 야구의 차이는 현격히 드러난다. 미국은 비슷한 공이 들어오면 여지없이 방망이가 나간다. 삼진을 당해도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면 칭찬을 듣는다. 의 같이 컨트롤이 없던 투수가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바로 미국 타자들의 공격 일변도의 자세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이 노리는 공만을 철저히 기다린다. 그들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하면 벌금을 낸다. 따라서 투수들을 기르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빠른 공을 가진 투수가 우선이다. 정통파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투수들은 변화구보다는 150㎞가 웃도는 불같은 스피드로 승부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스피드보다는 변칙 승부를 즐긴다. 최고 스피드가 150㎞에 이르는 투수들도 많지만 이를 자제시키고 145㎞ 정도만 던지게 한다.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 뒷받침된 변화구 등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작전 전개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크게 다르다. 일본은 작전이 많고 원리원칙에 충실하다. 선취점을 내기 위해서 번트 내지 히트앤드런은 거의 필수적이다. 미국은 번트 등 세밀한 작전에 의한 점수는 될수록 줄인다. 대포위주의 작전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야구장 분위기도 다르다. 미국은 자유스럽다. 타석에서 풍선껌을 커다랗게 불어도, 벤치에서 욕을 해도 좋다. 삼진을 당하고 들어와 헬멧을 집어던지거나 의자를 걷어차는 것은 파이팅을 보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예의를 중시하는 전통으로 획일적이고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글러브를 집어던지거나 야유하는 관중에게 대드는 이라부（전롯데） 같은 투수는 이단자가 된다. 올해로 127년째를 맞은 와 62년 역사의 일본야구는 비슷한 점을 찾지 못할 정도다. 야구에도 그 나라의 국민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판이하게 다를지 모르지만 미국과 일본야구는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다. 이제 한국 도 올해로 16년째를 맞았다. 지난 주말에는 시범경기를 통해 올시즌 펼칠 야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올해도 한국 가 추구하고 갈 목표가 없는 것 같다. 한국 야구도 색깔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제 관중들과 같이 생각하며 호흡할 수 있는 `생각하는 야구（Thinking Baseball）'를 표방하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