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쇼핑객 편의 내손에서부터
기사입력 1997년 03월 23일 15시 16분
백화점 업계 최초로 `도어걸'이 등장해 화제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 윤현아양（22）. 윤양은 이달 초부터 고객 차의 문을 열어주고, 쇼핑객들의 짐을 들어주는 도어걸로 백화점의 `새 얼굴'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업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도어맨과 짝을 이뤄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돕느라 하루해가 짧다. 지난달 경희호텔경영전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윤양은 키 1m75의 늘씬한 몸매에, 재학중 아르바이트삼아 패션쇼 무대에 설 정도의 미모와 건강미를 바탕으로 20대1의 바늘구멍 경쟁률을 뚫고 도어걸 자리를 따냈다. 전공을 살려 호텔업계에 취직할 기회도 있었지만 자칫 `3D직종'으로 비칠 수 있는 백화점 도어걸을 지원한 것은 역시 `유통업계 최초'라는 매력과 도전정신 때문. 처음 1주일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유명호텔을 돌며 도어맨의 업무를 견학하긴 했지만, 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특성상 다리가 붓는다든가, 자동차 매연으로 눈이 따가운 고충 등이 만만치 않았다. 에피소드도 있다. 남성고객의 경우 탑승차량의 문을 열어 주면 "어, 여자분이네. 이거 황송해서 못 내리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몇몇 고객은 이따금씩 쪽지를 건네 즉석 데이트신청을 하기도 한다. 또 중년 고객들은 "며느리삼고 싶다"며 나이를 물어보기도 한다고. "고객들이 오실 때보다는 쇼핑을 마치고 돌아갈 때 더 밝은 표정으로 차에 태워 보내드립니다. 누구나 쇼핑하러 올 때는 들뜨게 마련이지만, 매장을 돌고 원하는 상품을 구입해 돌아갈 때는 다소 지치는 게 사실이거든요." 호텔보다 유동인구와 출입차가 많은 백화점쪽의 일이 더 고되지만, 윤양은 늘 파릇파릇한 미소로 고객을 대한다. 식품영양사와 워드프로세서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윤양은 업무시간이 끝난 뒤 영어학원을 다니며 `도어걸' 이후의 전문직종을 꿈꾸는 건강한 신세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