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 전력분석] 중간계투
기사입력 1997년 03월 21일 15시 12분
현대야구의 마운드 운용전략에서는 `굵은 허리' 또는 `탄탄한 다리（橋）'의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바로 선발투수에 이어 중간을 맡는 셋업맨, 롱릴리프, 미들맨, 원포인트 릴리프 등의 투수들이다. 짧게는 한타자에서부터 보통 1∼2이닝, 많게는 4∼5이닝까지 책임을 진다. 승리나 세이브가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빛은 덜하지만 한시즌에 최소 40경기이상 나가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는 `살림꾼'들이다. 이들은 거의 매일 대기하며 불펜에서 몸을 풀기 때문에 연투능력과 체력이 필수적이다. 또 이들의 활용에 관해서는 코칭스태프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큰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조선 야구전문기자 15명이 채점한 결과에 따르면 올시즌 마운드의 허리가 가장 강한 팀은 현대. 현대는 박정현과 신인 최영필에다 안병원 김홍집 가운데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진 선수가 가세한다. 좌－우와 언더핸드스로 등 다양한 패턴을 갖췄고 경험도 풍부하다. 핵은 작년 현대 마운드의 `숨은 황제' . 은 통산 최다등판인 68경기에 나가 94이닝을 던져 6구원승（5패） 3세이브, 방어율 2.11의 높은 공헌도로 올해 연봉이 2천800만원에서 5천50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현대와 쌍벽을 이루는 해태는 왼손 강태원 이재만과 오른손 김동호의 `좌－우 대칭'을 자랑한다. `전천후 잠수함' 임창용까지 더하면 현대 못지 않다. 프로 8개팀가운데 가장 전문화되고 효율적인 중간계투진 운영을 하는 팀은 LG. 수적으로 타구단을 압도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투입이 가능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현배 손 혁 차명석 신영균 이 있고, 좌완 민원기와 신동수는 왼손타자를 상대하는 원포인트로 기용된다. 더욱이 해태에서 옮긴 `마당쇠' 송유석의 가세가 큰 힘. 송유석은 90년대 초반 최고의 `중간파' 투수였다. 지난 91년부터 95년까지 3년연속 포함, 4년간 두자리승수를 거뒀고 한시즌 평균 39경기에 125이닝을 던졌다. 곽채진 장정순 최한림 이태일 등 베테랑들이 포진한 삼성 중간계투진은 구위보다 오랜 경험을 통한 노련함을 앞세운다. 선발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등판하는 중간투수진은 추가실점을 막고,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기 위한 운영능력과 두둑한 배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테랑들의 경우 연투능력 등 체력이 문제다. 반면 한화는 현역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노장진과 신인 , 좌완 이상열 등 젊은 선수들의 싱싱한 어깨를 앞세워 힘으로 돌파한다. 선발급인 한용덕이나 중 한명이 가세하면 중량감도 커진다. 롯데는 의 활약여부가 열쇠. 과 왼손 , 박부성 등이 있지만 선발이나 마무리로 쓰기 어려운 가 롱릴리프로서 제몫을 다해낸다면 팀의 4강 진입이 확실할 정도. 비슷비슷한 기량의 투수들이 많고 스타일이 다채로운 중간계투진을 보유한 쌍방울은 우완정통파 , 왼손 박주언, 사이드암 김현욱 등이 다리를 놓는다. 선수의 능력보다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는데 날카롭기 그지없는 감독의 운영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질 듯. 김감독은 작년 시즌 10승 투수를 성영재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으면서도 김현욱 박주언 등 40경기 이상 출전투수 4명을 적시에 기용해 시즌 2위의 돌풍을 일으켰다. 중간계투진의 면면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은 팀은 OB. OB는
등이 나서지만 중량감이나 경험에서 다른 팀에 뒤진다. 선발진의 부담이 그만큼 커져 초반 승부가 갈린 경기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페넌트레이스 운영이 필요할 듯 보인다. 대체로 10명 가량으로 운영되는 1군 투수 엔트리에서 선발 3∼4명과 최종 마무리투수 1명을 제외한 5∼6명이 중간계투요원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아직 미국이나 일본처럼 철저히 분화되지 못하고 공헌도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투수들이 모두 싫어하는게 중간계투다. 팬들은 화려하지 않은 `그림자' 투수들에게 더 큰 박수로 격려해야 할 것이다. 중간계투진의 적절한 기용은 더욱 재미있고 프로다운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