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허장회 8단 ●김동엽 6단
기사입력 1997년 03월 20일 15시 53분
제7보(141∼192)＝프로에 있어 `반집'이란 운의 소관이지만 `1집반'은 실력이다. `반집승부'는 가늠할 수 있지만 그 반집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의 `향방'은 신만이 안다는 것이다.
행운의 여신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반집으로 인해 프로들은 울고 웃는다. `산신(算神)'이라 불리는 이창호 9단도 의외로 반집패가 많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또한 고수일수록 반집으로 웃는 횟수보다 우는 횟수가 많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 판도 어느덧 `반집승부'의 양상이다. 그러면 그 반집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즉 행운의 여신이 미소짓는 쪽이 어딜지 그 반집의 향방을 추적해보자.
흑 41 젖힘에 백 42 응수는 정수. `두집'을 욕심내어 백 1로 받는 것은 흑 2 맥점이 기다린다. 6까지 패. A의 패는 흑의 꽃놀이 패로 백이 크게 망한다.
69까지 차분한 끝내기가 지속됐으나 백 70에서 기어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흑 71이 행운의 여신으로부터 외면당한 수. 백이 72．74로 끝내기를 해오니 흑 71은 공배나 다름없는 수가 되었다. 다음 백 `가'가 절대선수.
이곳은 매우 미묘한 곳이지만 결론은 흑 1이 정수. 백 2는 역으로 당하는 것이 아프므로 생략하기 힘들다. 그래놓고 흑 3∼13까지 끝내기를 서둘렀으면 어떻게 변화해도 흑 반집승은 부동.
거꾸로 백 76에 손이 돌아와서는 백 반집승이 확정됐다. 승부가 1집반으로 벌어진 것은 흑이 86의 곳을 소홀히 했기 때문. 즉 흑 86, 백 `나', 흑 88, 백 `다'의 끝내기를 서둘 자리. 어쨌든 허 8단,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본선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