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실새(세) 사전에 '그물'이란 없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8일 15시 36분
새의 깃털은 원래 귀족이나 장수들이 관, 옷 등에 치장을 하는 장신구였을뿐 아니라 새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시인들과 가수들이 다퉈서 노래한 소재가 아니었는가. 오죽했으면 원로가수 중에는 `신카나리아'가 다 있을까！ 그것 뿐인가? 골프에서 성적이 좋은 것을 버디니 이글이니 알바트로스니 해서 새 이름을 붙여준다. 계속해서 새의 이미지가 좋았다면 신카나리아 나 국악인 `김뻑꾹'씨에 이어 김왜가리, 이뱁새, 황새, 백로, 안락할미새, 공작새 등의 이름을 가진 가수들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새의 이미지가 너무 안 좋다. 이미 영화 `새'는 끔찍함을 보여줬고 `철새'라고 하면 `이 당으로 가서 쑥국 ∼ 저 당으로 가서 쑥국∼'하는 지조없는 정치꾼을 말하는 것이 됐고, 새가슴이니 새머리(대가리라는 말을 차마 못 쓰지！)라면 배짱도 없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인구에 회자되는 말 중 최고 히트어는 단연 `깃털'이 아닌가 싶다. 깃털은 새의 작은 부속 중(날개의 큰 털도 아닌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털) 하나니 실은 별 볼 일 없는데. 그 깃털론이 별 볼 일 있는 것은 `몸체'가 따로 있다면 이 나라 정치계에 대지진을 몰고 올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범죄현장에 머리카락 한 올만 남아 있어도 남잔지 여잔지 어느 부위의 털인지 혈액행이 X형인지 Y형인지, 종국에 가선 털의 주인을 알아낸다는데…. 각설하고. 뇌에 물건(총알같은)이 박힌 것 이상으로 안 좋은 `뇌물'주고 받는 것을 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깃털－깃털이 새가 될 수 없듯 내가 받은 것은 뇌물도 아닌 아주 적은 액수며 나를 위한 모이로 쓰지도 않았다고 한다. ＃실새(세)－이 새는 몸통이라고도 불리는 데 어떤 바람이 불어도 끄덕이지 않는다. 그물이나 덫에도 걸리지 않는 새. 호남지방에서는 `새'를 `세'라고도 발음하니 실세도 새다. ＃텃새(세)-구역이나 인간관리를 잘하는 새다. 나만 맛있는 모이를 먹으면 그만이지 왜 다른 새가 와서 먹느냐는 투다. ＃참새-다른 새들은 많은 모이(뇌물)를 먹었어도 줄이느라 애 쓰는데 이새는 부풀려서 떠벌린다. ＃뜸북새-받을지 안 받을지 뜸들이는 탓에 모이 주는 사람이 힘들다. ＃물새-자기는 고고하게 살기에 구린 먹이를 먹지 않았다고 하며, 다른 새의 비정상적 모이에 대해 물고 늘어진다. 대개 들판에 사는(野黨)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