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웨딩마치 연기 예비부부 늘어
기사입력 1997년 03월 07일 14시 51분
불경기로 결혼식을 미루는 예비 신랑 신부들이 늘고 있다. 혼수품과 전셋집 장만 등 결혼비용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결혼시즌을 맞고도 예식장 예약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16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회사원 김 윤씨（27．서울 관악구 봉천9동）는 지난달말 약혼녀 이성희씨（24） 가족과 상의한 끝에 결혼을 6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 김씨는 5년만에 최고 인상률을 보인 전세값으로 신방을 차릴 여유가 없었던 것. 김씨의 아버지 김주완씨（57）는 "전세값이 치솟아 아들의 결혼비용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다"며 "신부측도 혼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결혼식을 미루는데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현상은 결혼식장, 호텔 등 예식업계의 매출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년엔 적어도 3∼4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 겨우 식장을 구할 수 있었던 서울 강남 공항터미널 예식장의 경우 예약률이 급감, 1주일 전에 예약을 해도 될 정도다. 하루 4쌍이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이 예식장은 평일은 물론, 삼합길일（三合吉日）이자 주말이어서 예약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9일과 15일에도 1∼2쌍씩 밖에 예약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실내와 야외 결혼식장을 선택할 수 있어 예비신랑 신부들의 호평을 받았던 서울 남산외교구락부 예식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예식장의 이영림 실장（38．여）은 "올들어 평일에는 거의 예약을 받지 못했으며 주말에도 오전 11시 것은 늘 비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악파크호텔은 지난해 가을 100％ 가까운 예약률을 기록했으나 요즘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예식장들은 주말에도 식장의 반밖에 차지 않는 등 극심한 불황을 타고 있는 실정이다. 혼수정보도서관의 문성균 차장（29）은 "올봄에 결혼하겠다며 상담신청을 한 커플들 중 25％ 정도는 올 하반기로 결혼식을 미루고 있다"며 "불경기 속에서 결혼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데다 친지들에게 결혼식을 알려 부조금을 받기도 부담스러워 결혼을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