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결산] 13년 코치경험 정상정복 밑거름
기사입력 1997년 03월 06일 14시 25분
"우리가 감독선임을 할 때 왜 뜸을 들인지 아세요? 바로 신치용이란 인물을 발탁하기 위해섭니다." 삼성화재 배구단 이근량 단장의 말속에선 신치용 감독（43）에 대한 진한 애정이 잔뜩 배어 나온다. 신감독은 이같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창단 첫 출전의 97한국배구 슈퍼리그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95년 5월 삼성화재 사령탑에 취임, 지휘봉을 잡은지 2년도 채 안된 `신출내기' 감독이 남자배구 최고의 승부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감독은 `지도자의 정석（定石）'을 13년 동안이나 독파한 보기 드문 성실파 감독이다. 지난 83년 한국전력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삼성화재 감독 제의를 받기 전까지 곁눈질 하지않고 한 우물만 팠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실업팀 사령탑에 올라도 그는 결코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91년부터 4년 동안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면서 유명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97한국배구 슈퍼리그 최종결승서 현대차써비스 의 오픈공격 각도, 박종찬의 블로킹위치를 미리 간파해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신감독의 당시 `태릉선수촌 노트'가 바탕이 된 것이다. 코치생활만 13년을 넘게한 이같은 `황소 걸음'은 감독－코치－선수의 역학관계를 피부로 접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 됐던 것이다. 신출내기 감독이 관록의 선배감독들을 제치고 덕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련스러운' 13년 코치경험에서 우러나왔다. 그는 결코 선배선수를 후배들 앞에서 야단치지 않는다. "선배선수는 팀의 `중간리더'가 아닌가. 후배들 앞에선 `묵사발'된 선배가 어떻게 후배 앞에서 `말발'을 세울 수 있겠는가." 스파르타 훈련의 엄한 규율속에서 따뜻하게 건네는 말한마디로 신감독은 한국배구의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