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재미-체력단련 야구보다 즐겁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8분
백전백패의 서울대 야구부출신. 현재는 서울대 물리교육학과에서 배운 탄탄한 이론과 타고난 손재주를 살려 게임용 모형총기류를 수리하는 업체를 운영중. 한국 서바이벌 스포츠연맹（KOSSA） 서울지부장. 서울대 87학번으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입학 10년만에 졸업반이 된 김성일씨（28）의 별난 이력들이다. 김씨는 서울시내에서 성업중인 베레타사격장 20여곳에서 나오는 고장난 모형총기류를 수리하고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업체인 `건테크 시스템'의 실장을 맡고 있다. 모터를 이용, 콩알같은 플라스틱 BB탄이 발사되는 전동건의 고장수리에 있어 국내 최고의 장인으로 손꼽히는 김씨는 무작정 `총이 좋아' 작년 6월 주위의 도움으로 골수 서바이벌 마니아 3명을 직원으로 둔 미니회사를 설립했다. 김씨가 서바이벌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지난 94년.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에 복학한 뒤 서울대 대표팀 최고령 중견수로 동대문구장까지 밟는 영광을 누렸으나, "이제 그만 좀 나오시라"는 새카만 후배들의 등쌀을 견디다못해 녹색의 다이아몬드를 뒤로 했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김씨가 야구의 공백을 대신할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서바이벌게임. 하지만 차선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란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인간의 잠재된 파괴본능을 건전하게 승화시키는 것은 물론, 온갖 전술과 전략이 펼쳐지고 드넓은 필드를 누비며 강철같은 체력을 단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보다 훨씬 낫더라구요." 한국서바이벌 스포츠연맹 서울지부장으로 뽑힌 김씨는 요즘 아예 생업을 제쳐두고 서바이벌게임의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게임전 관할파출소에 신고하기, 주민이나 등산객이 놀라지 않게 게임을 알리는 플래카드 게시하기, 모형총기에 색칠해 실총으로의 오인을 막기, 게임을 마친 뒤 쓰레기줍기 등의 캠페인전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분단상황의 특수성도 있고, 서바이벌게이머를 별종 취급하는 이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서바이벌게이머 대부분은 그 누구보다 건전한 사고방식과 투철한 안보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