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제발 목소리 좀 남겨 주세요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8분
`음성 사서함'이 스트레스의 주범으로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음성사서함 스트레스'는 자신의 무선호출기 음성사서함에 아무도 녹음을 남기지 않아 생기는 스트레스. 삐삐를 쳐주는 사람이 없어 생긴 `삐삐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변종이다. 서울이동통신은 최근 PC통신 회원클럽인 `울삐클럽' 회원 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8％가 `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해질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음성사서함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도 48.6％밖에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음성 스트레스에 감염된 셈이다. 그래서 생겨난 새로운 유행어가 `캔디 삐삐'.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에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라는 대목을 인용한 것. 자신의 삐삐가 울리지 않는 아픈 현실을 빗댄 유행어다. 그러나 자신의 음성 사서함에 녹음이 가득 찬 사람은 물론 `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조차 음성 서비스를 없애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음성사서함 서비스를 해지하겠다는 사람이 불과 6.6％로 분석된 것. 지금은 음성을 남기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는 생길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 음성사서함 사용자가 대부분 20대 안팎의 젊은 층이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더라도 앞으로라도 녹음을 해줄 사람을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통의 음성사서함 가입자 분포는 남자가 61％로 여자보다 훨씬 많았으며 10∼20대가 68.4％, 30대가 17.3％로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음성사서함의 용도로는 ▲안부 전하기 27.1％ ▲모임알림용 21.8％ ▲외출시 연락 21.4％ ▲이성교제 18.8％ ▲업무용 5.5％인 것으로 조사됐다. `음성사서함 스트레스'는 삐삐 스트레스, 핸드폰 스트레스와 함께 이동통신시대의 새로운 스트레스로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