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성급한 봄비에 조퇴 위기
기사입력 1997년 02월 27일 14시 23분
예년보다 빨리 닥친 `봄비'의 공습으로 스키장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주중 전국에 걸쳐 내린 비는 전북 장수에서 57.5㎜를 기록하는 등 만만치 않은 양. 산불 위험도 없애고 겨울 가뭄도 해갈시킨 고마운 비지만 스키장과 스키어들 입장에서는 가공할 위력의 `폭탄'에 다름아니다. 이번 비는 수도권 스키장들은 물론 용평 알프스 보광 성우 등 강원권 스키장에도 적잖은 타격을 줬다. 용평과 알프스의 경우 상단부에는 진눈깨비가 내리다 비로 변했으며 보광휘닉스파크는 높은 기온 때문에 발생한 안개로 스키대회를 연기했을 정도. 무주도 해발 1,500m의 정상부까지 비가 내려 급사면은 얼음판으로 변했고 베이스는 진흙탕이다. 그러나 강원권 스키장들은 그동안 눈을 충분히 만들어 놓은 덕분에 슬로프를 고르는 그루밍 작업만으로도 당분간 스키를 즐기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슬로프 상층을 이루고 있던 미세한 입자의 눈이 녹은 탓에 곳곳에 얼음판이 드러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서울 근교의 베어스, 대명, 양지, 천마산, 수안보, 지산, 서울 등 기온이 비교적 높은 스키장들. 15∼20㎜의 비가 내린 이 스키장들은 베이스부분은 거의 녹아 빙수상태가 되어 있으며 슬로프 곳곳에 흙이 드러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6일과 27일에는 일부 코스를 폐쇄한채 복구 작업을 벌였으나 추울때 제설작업을 충분히 해놓지 못한 곳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스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비는 예년에 비해 1∼2주 가량 빨리 내린 것. 이 때문에 3월 중순까지 개장하던 서울 근교의 스키장들이 3월초에 조기 폐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강원권 스키장들은 "2월말 비나 눈이 한번 더 온 후 3월초부터 추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이틀 정도면 원상을 회복할 수 있다"며 강한 재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비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스키장과 이미 멀어져 있어 예년과 같은 막판 수입을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