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스타일기] 이민영 (7)
기사입력 1997년 02월 26일 15시 03분
평범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 입학을 하게 됐다. 진로를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역시 나의 갈 길은 이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냈다. 그리고 1학년 때 공채 시험을 봤다. 우리과는 방송국에서 탤런트 공채를 하면 으레 함께 원서를 낸다. 그렇게 시작한 23기 생활. 오빠, 유태웅 오빠 등이 우리 기수다. 난 우리 기에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기 때문에, `언니'`오빠'들과 어울려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이름을 알릴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소위 무명 생활을 1년이 넘게 했다. 요즘 공채들은 첫 시작을 단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극 중 이름이 있는 역으로 하던데, 우리 때는 안그랬다. 지나가는 행인 1, 2 또는 다방 손님 1, 2 등 이름도 없고 대사도 없는 역이 전부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 하나. TV `짝'에 투입됐을 때의 일이다. 지금 나를 유명하게 만든 `짝'이지만 처음 시작은 보잘것없었다. 공항 장면마다 등장하는 스튜어디스 1, 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처음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어찌나 떨리던지. 스튜어디스 특유의 말투를 밤새 연습하다가 촬영장에 나갔다. `스튜어디스 1'을 맡은 동기 한명과 나는 주연 보다 더 긴장해서 촬영장에 갔다. 공항에 가 보니 PD가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언니를 붙잡고 열심히 장면을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만해도 TV에서나 볼 수 있었단 혜수언니가 신기해서 열심히 구경을 했다. 그런데 PD가 우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바로 큐 사인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단역이라지만,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도대체 걸어가야 하는지 카메라에 안잡히게 멀리 서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