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출신] 고교졸업식 우등-모범-선행장 미담
기사입력 1997년 02월 25일 15시 04분
소년원 출신 고교생들이 대입시험 합격에 이어 졸업식장에서 우등상, 모범상, 선행상까지 받아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서울 성지고교를 졸업하는 최원용군（19．서울 영등포구 당산동）과 박영준군（20．서울 종로구 공평동）, 이창진씨（24．서울 구로구 오류1동）등 3명의 감회는 남다르다. 대입합격에 이어 강서구민회관에서 치러진 이날 졸업식에서 우등상과 모범상, 선행상 등을 받은 이들이지만 모두가 과거에는 가출과 함께 경찰서와 소년원을 제집 드나들 듯 했던 쓰라린 기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군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서울 당산동 일대 폭력조직에 가입해 가출을 일삼으며 폭력, 절도, 강도 등으로 `별'을 13개나 달았고 실형만 3차례나 살았다. 지난해 5월 폭력조직 행동대원으로 폭력을 휘두르다 재판후 집행유예기간중인 최군은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애쓰는 모습에 감복해 마음을 잡고 공부를 시작,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충북 청원군에 있는 주성전문대학 자동차정비학과에 합격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박군도 절도, 강도 등 혐의로 경찰서를 오가며 3차례 구속된 바 있다. 서울 돈암동 일대 유흥가를 맴돌다 소년원 출소후 친구 소개로 이 학교에 편입한 박군은 인터넷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태성전문대학 전자전산학과에 지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박군은 특히 중풍에 걸린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어머니의 식당일을 도와주는 효자이기도. 늦깎이 이씨는 경남 함양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왔으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가출한 뒤 수년간 술집 종업원, `삐끼' 등으로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우연한 기회에 종교를 접하고 이 학교 야간부에 들어온 뒤 주경야독 끝에 강남대학교에 합격했다. 이씨는 "어두운 현실에서 방황하는 우리 또래들에게 `아직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78년 강서경찰서와 지역 유지들이 근로청소년들을 위해 설립한 야학에서 시작된 성지고는 89년부터 주로 자퇴생과 소년원 출소생들을 입학시켜 독특한 열린교육 방식으로 이들을 사회에 재배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