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PC통신명사가 쓴 여성해방론
기사입력 1997년 02월 24일 14시 04분
컴퓨터통신망에 `노출단속엔 유방시위로 맞서자'는 등의 글을 써올리는가 하면, `자X는 없다' 등의 여성해방시를 수록한 시집 `시인은 무엇을 보게 하는가'를 발간해 화제를 불러모은 신정모라씨(37)가 다시 한권의 여성해방 컬럼집을 펴냈다. 이 책은 그녀가 94년부터 등 통신망에 쓴 글 가운데 3분의1 가량을 선별해 묶은 것으로 제목부터 도발적인 `공자를 울린 여자'(과학과 사상사). 내용이 얼마나 `혁명적'인지는 작은 목차를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모계성도 부계성과 함께 이어받아 사용하자는 `엄마성도 씁시다'를 비롯, `처녀막 관통이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 `강간으로부터의 자유' `남자도 미니바지 입어라' `거리에서 키스할 자유' 등 하나같이 깜짝 놀랄 주장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남자들은 발기하지 않으면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수컷의 성질을 여자에게도 똑같이 적용시켜, 여자가 원치 않는데 어떻게 성행위가 가능한가라면서 강간당한 여자도 마음이 있어 성행위를 도왔다고 억지주장을 편다….' `처녀막 관통이…'의 한 구절이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94년 학원을 운영할 때였는데, 한 결석생의 어머니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근데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 인거예요." 남편에게 얻어맞아 그렇게 된 것이었다. 참다못한 그녀는 그 남편을 만나 따져도 보았지만 곧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 접한 것이 컴퓨터통신. "통신을 통한 발언은 현실에서보다 널리 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목소리를 마구 높이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여성해방론'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유방시위' `남성은 기생충' 등의 글은 수백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그녀를 일약 통신명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원색적인 비난도 한몸에 받아야 했고, 컴퓨터통신사들은 무려 10여차례에 걸쳐 그녀의 아이디를 정지시키기도 했다. 이제 그녀의 몇몇 주장은 여성운동가들에게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례로 "부계－모계의 성을 다함께 쓰자"는 주장은 이제 운동의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는 3월9일 `여성의 날'을 맞아 이효재－손덕수교수, 지은희 여성단체연합공동상임대표, 고광순 여성연합자문위원 등 여성계인사들이 서울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엄마성 쓰기 선언'을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