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감상하다보면 절로 미소가
기사입력 1997년 02월 23일 15시 04분
"잃어버린 웃음을 찾으러 오세요."
서울 종로구 신문로 깊숙이 자리한 성곡미술관(737－7650)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신선한 웃음 한조각씩을 나눠주겠다고 나섰다.
4월 4일까지 열리는 `미술관에 넘치는 유머'전이 그 현장.
그러나 직접적인 웃음을 기대한다면 곤란하다. 오히려 작품속의 해학성을 간파하고 곱씹을 수 있는 웃음을 찾는다면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는 목적달성.
출품 작가는 김난영 김용철 김 섭 김홍주 안창홍 안성금 양진식 윤동천 육태진 이강우 이완호 임영재 지석철 최석운 최승호 황주리씨 등 16명.
전통적인 회화뿐 아니라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또 복도나 화장실도 작품의 공간으로 차용돼 통상적인 전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패러디한 지석철씨의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엄석태역의 홍경인의 사진과 손바닥 크기로 촘촘히 놓인 브론즈 의자 800개, 책상, 난로 등이 아직도 차가운 우리의 교육현장을 상징하는 듯하다.
또 다른 벽면에는 윤동천씨의 작품 `거미' `찰거머리' `송충이' `바퀴벌레' `지네' `모기' `진드기' 등이 붙어있다.
제목은 `자화상'. 작가는 찰거머리같고, 약삭빠르며, 악착같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란 설명을 달고 있다.
2층 전시장에서 만나는 김홍주씨의 작품 `무제' 앞에서 웃지 않을 수 없다. 전체 작품은 우아한 서예족자와 테라코타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똥'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3층 전시장은 인간의 욕구, 성의 상품화를 풍자하는 작품들이 모인 곳.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김난영씨의 설치작품 `너도 한번 볼래?'.
속옷도 입지 않은 여성이 엉덩이를 훌렁 드러낸 형상의 이 작품은 은밀한 부위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한쪽 눈을 갖다대면 포르노비디오를 볼 수 있도록 장치돼있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비위가 상한다" "재미있다"는 상반되는 평가속에 젊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 작품 앞에는 한술 더 떠 남녀성기를 아이스크림과 소시지, 석화 등으로 직접 묘사한 김씨의 또다른 작품이 설치돼있다.
걸음을 옮기면 개를 통해 성풍속을 풍자한 안창홍씨의 `꽃순이를 아시나요'가 걸려있고, 어디론가 총구를 겨눈 `어떤 엽사'와 애처로운 학을 껴앉은 사람을 그린 최석운씨의 두 작품이 대화하듯 배치돼, 인간의 양면성을 풍자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