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용일 트레이너의 주인없는 석사모
기사입력 1997년 02월 22일 14시 25분
`주인 없는 석사모.' LG 김용일（32）트레이너가 만학도의 꿈을 이뤘다. 교육대학원의 교육학과 사회체육 전공 과정에서 `사이백스를 이용한 투수들의 견관절 토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통과된 것. 그러나 김트레이너는 괌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탓에 24일 열리는 영광스런 졸업식엔 참석하지 못한다. 김트레이너는 LG 트레이너들에게 면학 분위기를 유도한 장본인. 지난 90년 LG 창단 때부터 줄곧 투수부문을 맡아 학구파로 자리를 굳혀 나갔다. 시즌 때는 일일이 10여명의 선수들을 돌보고 난 뒤 늦은 밤을 이용해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책과 씨름했다. 국내에는 이렇다할 스포츠 의학 서적이 없는 만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원서를 직접 구해 공부하는 열성을 보였다. 김트레이너가 대학원의 문을 두드린 것은 95년. 좀더 체계적으로 야구에 대해 하고픈 이야기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김트레이너는 선수 관리와 학습을 위해 컴퓨터를 이용하는가 하면, 자신의 몸을 임상실험용으로 활용할 정도였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을 찾아 선수들에게 알려주려고 90㎏에 육박하는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선택했던 것. 최고참인 김트레이너의 학구열은 자연스레 후배 트레이너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2군을 담당하는 한경진트레이너는 한국체대 체육대학원에 재학중이며, 권태윤 최선철트레이너도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김트레이너는 괌에서 석사 논문의 통과 소식을 듣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며 겸손해 했다. "왜 석사모를 쓰는 졸업식장에 가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임선동 이병규 등 신인 선수들도 모두 훈련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마당이니 저도 참아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