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체]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고집
기사입력 1997년 02월 21일 15시 15분
"우리는 한국 입맛과 타협 안한다." 이탈리아 식당 `비체'는 이탈리아 맛을 고집하는 `오기'덕분에 오히려 소문이 났다. 양식의 경우 대부분 한국에 상륙하면 입맛을 바꾸는게 보통. 그러나 비체는 초지일관 `타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이탈리아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국적불명의 짬뽕을 선사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비체의 매니저 지오바니씨(39)는 뉴욕 등 외국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있어 손님은 달라도 음식은 달라질 수 없는 법 아니냐고 말했다.
비체는 지난해 6월 세계 15번째로 지하1층에 서울체인점을 연뒤, 이탈리아 식당가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비체에서는 피자를 팔지 않는다. 우리나라 빈대떡에 해당하는 피자는 원래 이탈리아 고급 레스토랑에서 팔지않는 서민음식. 그보다 미국과 일본을 거친 한국식 피자는 본고장인 이탈리아 것과는 생판 다르기 때문에 내놓기가 쉽지않다.
단 스파게티의 경우 이탈리아에서는 면을 설 익혀 먹지만 한국식은 완전히 익혀 먹기 때문에 가끔 한국식을 내놓는다고 설명. 이탈리아 음식은 같은 접시에 오른 음식맛이 제각각이다. 버섯 육회에는 짠 맛의 송이버섯과 달작지근한 토마토 소스가 함께 올라있다. 빵 바구니에도 싱거운 마늘빵과 짠맛에 술안주로도 먹는다는 더블 포카차 빵이 함께 나온다. 또 크림소스와 토마토 소스중 어느쪽을 택하냐에 따라 맛이 다른 길로 빠지는 것도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 다달이 이탈리아 전국 음식을 바꿔 내놓는 연중 음식축제도 비체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는 지난 1월 알프스축제에 이어 4월 마르코폴로의 미식여행, 9월 파스타와 바스타 등 축제 일정을 미리 잡아놓았다.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3월 베네치아 축제에는 `얇게 저민 소안심전채', `오징어먹물을 넣어 만든 리조토' 등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이던 베네치아 특선요리가 나온다. 이탈리아 역시 와인의 고장. 특히 42도짜리 와인 증류소주인 `그라파', 와인에 허브열매와 설탕등을 섞어 검게 보이는 `아모로' 등 전통 술은 입에 달라붙는 맛이다. (02)230－33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