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세이버] 톡톡튀는 화면 프로그래밍 유행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6시 09분
`컴퓨터를 개성있게 꾸미자'.
사무실에 컴퓨터 보급이 늘면서 톡톡 튀는 `화면'이 늘고 있다.
컴퓨터는 출근 때 켜고, 퇴근 때 끄는 게 상례여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면 보호를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크린 세이버가 작동하게 된다.
컴퓨터 운영 체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스크린 세이버는 어두운 바탕 위에 하얀 점이 유성처럼 움직이는 등 획일적으로 돼 있으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신세대들이 `개성'을 첨가한 것.
`윈도 95'가 보편화 되면서 생긴 풍속도다.
가장 흔한 것은 `문자 흐르기' 세이버.
`What's up man?（잘 있었느냐）'이라는 인사말부터 `Life is short, just play（인생은 짧으니 재미있게 살자）'라며 즐거운 인생을 스스로 다짐하기도 한다.
또 `I am gentleman（나는 신사）'이나 `I am solitary man（나는 고독한 남자）'이라고 자신을 회사 동료에게 알리는가 하면
`오늘은 2월 20일 입니다.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라고 주변 사람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또 모니터를 훔쳐보는 사람을 겨냥해 `뭘봐！'라고 면박을 주는 사람도 있고, 자료 보호를 위해 `제발 손대지 마세요'라고 사정하는 사람도 있다.
영어나 한글만으로 화면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시인 두보나 이태백의 한시를 넣는 풍류파도 있다.
그러나 문자 넣기는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자사 TV광고를 실어 내방객에게 홍보하는 `24시 홍보맨'도 있고, 가족 사진을 담아 컴퓨터가 쉬는 시간이면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을 보며 일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기도 한다.
또 예술성이 뛰어난 TV CF를 모아 수시로 바꿔가며 머리를 식히는 `CF마니아'도 많다.
CF가 스크린 세이버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오르자 기업에서는 CF를 만들자마자 CD ROM이나 PC통신을 통해 보급하며 새로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스크린 세이버 가운데 남자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작품은 아찔한 비키니 사진이나 포르노에 가까운 외국의 그림이지만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점 때문에 그다지 널리 퍼지지는 않은 실정.
또 개성있는 스크린 세이버가 인기를 끌자 쉰세대나 낀세대 `컴맹'들은 개성 시대에 동참하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문안을 적어주고 입력을 부탁하기도 한다.
（주）태평양 김태경 홍보과장은 "컴퓨터 모니터마다 개성있게 꾸며 사무실이 더욱 화기애애하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 때마다 발표회도 갖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