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썩은감독풍토... 싸고도는 야구협
기사입력 1997년 02월 18일 14시 55분
"고교야구 감독하면서 3년 안에 집 못사면 바보야." 야구판에 공공연히 떠도는 말이다. 고교감독들의 부정과 비행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야구 학부형들이 매달 내는 이른바 `회비'는 25만∼30만원. 한달에 한번씩 식사 당번하는데 드는 돈 역시 비슷한 액수로, 연간 비용은 약 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회 출전이나 전지훈련 때는 1인당 부담금이 100만∼200만원으로 치솟는다. 단순히 아들에게 고교 졸업장을 안기는데 월 평균 100만원의 엄청난 과외비가 드는 셈. 고교 졸업에 그치지 않고 대학까지 진학시키려면 특별히 감독에게 잘 보여야 하므로 `징수액'은 거의 두배로 뛴다. 이 돈들에 대해서는 영수증이나 결산서가 없다. 감독이 얼마 썼다고 학부형 회장에게 통보하고 회장은 머릿수로 나누면 끝이다. 감독의 횡포가 얼마나 심하냐 하면 고스톱 치다 잃은 것까지 회장에게 떠넘기고 룸살롱에서 술마시다 돈많은 학부형을 `콜'하기 일쑤다. 대회에 출전해서는 이길 때마다 심판 로비자금 등을 학부형에게 부담지워 심지어는 선수들이 게임이 끝난 뒤 "부모님들을 위해 다음 경기는 지는게 어때?"라는 희한한 발상을 하기도 한다. 감독에게 돈 갖다 바치기가 지긋지긋해 아들에게 중도에 야구를 그만두게 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감독들은 `파리목숨'이어서 재직 중에 한푼이라도 더 거두려는 가렴주구（苛斂誅求）는 끝없이 이어진다. 이처럼 야구계가 썩어 문드러지는 데도 한달전 출범한 대한야구협회 집행부는 수사대상인 감독들을 두둔하고 나서 학부형들의 가슴을 치게 한다. 프로 출신을 영입해 새롭게 판을 짜야 함에도 프로－아마 갈등을 핑계로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지난해 8월 전임 이현태회장의 `대결단'이후 90명에 달하는 프로 출신들이 전국 초－중－고의 감독, 코치, 인스트럭터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들은 요즘 협회의 어처구니없는 조치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야구협회는 언제까지 `사고 집단'의 울타리 역할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