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비쌀수록 고급차 거품 인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18일 14시 31분
"비싸야 잘 팔린다."
사상 유례없는 불경기를 맞아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가격올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18일 신차발표회와 함께 판매에 들어가는 `누비라'의 가격을 경쟁차보다 30만∼50만원 높게 책정한데 이어 도 오는 3월중 시판예정인 `엔터프라이즈'를
국내 승용차중 최고의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작년엔 모델변경때마다 소폭이라도 가격을 인하했던 도 지난주 `뉴엑센트'를 시판하면서 가격을 내리지 않은데 이어 오는 3월중 판매예정인 미니밴 `스타렉스'의 가격을 기존의 그레이스보다
100만∼200만원 정도 높게 책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자동차업체별 가격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제조원가의 상승보다는 단순히 경쟁차종보다 가격이 높아야 소비자들이 고급차로 인식, 판매가 잘된다는 믿음 때문.
기아는 `엔터프라이즈'가 4천950만원인 의 `다이너스티 리무진'보다 고급차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한푼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국내 처음으로 승용차의 5천만원시대를 열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다이너스티 리무진'보다 스피커가 2개 더 많은 10개인데다 서스펜션의 강약을 16단계로 해 4개에 불과한 `다이너스티 리무진'보다 노면상태에 따른 충격흡수가 세밀, 승차감및 조종안정성이 월등하다는 게 기아측의 주장.
`다이너스티 리무진'은 기존의 세단형 `다이너스티'보다 길이가 15㎝정도 커졌을 뿐 500만원이나 비싸질 만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며 `엔터프라이즈' 역시 배기량이 3천600cc로 국내 최대이지만
차체는 물론 실내공간의 크기나 편의성, 안전성면에서 `다이너스티'나 `아카디아' 등 경쟁차종보다 특별히 나을 게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체들이 가격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건 판매부진에 따른 수입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면서 "그러나 불합리한 가격인상은 오히려 판매를 극도로 악화시켜
불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