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안조영 3단 ●양재호 9단
기사입력 1997년 02월 17일 15시 01분
제4보(69∼100)＝지면 관계상 전보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흑 69가 사실 결정적 승기를 놓친 무심의 한 수였다.
흑 1로 밀고 올라가는 수가 기막힌 타이밍. 백 2에는 흑 3이 기분좋은 리듬이다. 백 4를 기다려 흑 5로 밀었으면 백은 속수무책이었다.
12까지 버텨봐도 흑 13까지 백은 사방에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산만하게 흩어져 있어 뭘 했는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백이 70으로 끊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74까지 중앙이 알뜰하게 정비되어서는 백으로선 망외의 결과.
수순 중 흑 73은 별볼일 없는 `보리 선수'였다. 후에 `가'나 `나'쪽에서 활용할지도 모를 것을 섣불리 둔 느낌이다. 어쨌거나 흑은 75로 나가 우변을 몽땅 흑집으로 만들려는데….
백 76은 사실 시급한 파괴공작이다. 흑이 이곳에 한 수 더 들이면 그야말로 일당 백의 하중앙 일대에 흑집이 형성되기 때문.
항상 기회를 놓치면 상대에 기회가 돌아가게 마련이다. 백 76은 거꾸로 국면을 유리하게 결정지을 기회를 놓친 수였다.
지금이 백 1로 뻗어 패를 결행할 찬스. 왜냐하면 백은 3과 9의 패감이 듣기 때문이다.
흑은 마땅한 패감이 없어 12와 14로 타협의 길을 모색했지만, 백 15∼19가 또 결정타. 우상 흑 진영이 그야말로 풍비박산이다. 이래서는 흑이 안된다.
79까지 흑백간 찬스를 무산시켜 국면은 다시 소강상태에 빠져든 느낌. 그러나 백 80,86,92 등 큰 곳을 차례로 백이 차지하는 수순이 되어서는 약간 백이 앞서는 국면이다.
물론 지금부터가 승부의 갈림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