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태] 점보코끼리로 거듭난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14일 15시 22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겠다." 프로축구 부천 유공의 대들보 허기태（許起泰·30·DF）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나이 경력 등 모든 것을 뒤로한채 백의종군을 다짐하고 있는 것. 그의 나이 벌써 30세.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축구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쌓아온 베테랑이지만 차오르는 후배들과 자신의 현위치를 생각하면 위기감이 절로 스멀댄다. 조금씩 체력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발끝도 예전같지 않다. 그래서 그는 이번 우엘바 전지훈련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신인으로 되돌아가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최근 2년여만에 대표팀에 탈락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도 오기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다. 하지만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자신과 팀이다. 나름대로의 목표도 정했다. 지난 91년 입단이래 아직껏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정규리그 우승의 감격을 이번에는 누려보겠다는 것이다. 팀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책임도 주어졌다. 올시즌 조정현에게 물려줬던 주장 완장을 다시 돌려받은 것. 부상으로 조정현이 올시즌 출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연속 팀내 최고 연봉자（8천400만원）라는 부담감도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프로무대에서 210경기에 출전, 10골 3도움을 기록중인 최고의 `엘리펀트' 허기태. 그가 우엘바 전훈을 통해 더욱 건장한 `엘리펀트'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