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 역시 스타는 달라!
기사입력 1997년 02월 14일 14시 16분
영화 `초록 물고기'(이창동 감독－이스트 필름 제작)에는 매우 이색적인 의 독백이 나온다.
"보스빠지이 시또 사무노이, 시또 사무노이 보제뜨…."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독백의 의미를 묻자 이창동 감독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괴로울 때면 외우는 주문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영화에서 3차례 나오는 독백부분을 촬영때마다 정확히 외웠던 것을 보면 은 머리가 좋은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초록 물고기'가 흥행적으로나 작품적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지금 감독과 배우가 서로 칭찬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은 첫촬영을 할 때 이창동 감독의 `한마디'가 무척 심적인 부담을 주었다고 기억한다.
의 첫촬영분은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렀다가 그곳이 바로 폭력에 희생된 막동()의 큰나무집이었다는 것을 알고 우는 라스트.
이창동 감독은 "씨의 우는 장면이 잘 표현되지 못하면 막동이의 죽음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협박(?)을 했던 것.
"너무나 괴롭게 울어야하는 상황인데 라스트 부분을 처음으로 촬영하게 되니 감정 잡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촬영에서 아마 꼬박 반나절은 울었을거예요."
조직폭력배 보스의 정부이자 순수한 청년 막동을 사랑하는 여인 미애역을 연기하면서 은 `감정의 흐름'을 쫓아가는 일이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의 출연분량은 남자주인공 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래서 영화관계자들은 자주 나타나지 않아도 미애라는 배역이 커보이는 것은 바로 심혜진 연기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84년 칸영화제 그랑프리 작품인 `파리 '에서 나스타샤 킨스키가 무려 영화시작 1시간여 지나서야 나오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과 비유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저와 문성근씨와의 관계, 또 씨와의 사랑 등은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장면들마다 매우 극단적인 모습들로 그려지죠.
때문에 저로선 `미애란 여자가 왜 이렇게 행동할까'란 질문을 끝없이 던져야했어요."
은 자신의 습관처럼 이번에도 시사회에 가지 않고 개봉첫날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나니까 `슬프다' `재미있다' 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들더라구요. 영화속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내모습 같기도 하고, 내주위 사람들 모습 같기도 하고요."
`초록 물고기'로 97년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한 은 요즘 2편의 영화를 준비중이다. 황인뢰 감독의 멜로영화 `꽃을 든 남자'는 이미 부산에서 10여일 촬영을 진행했고,
선우완 감독의 `마리아와 여인숙'의 촬영을 이달중 안면도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