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용병잔치? 천만의 말씀
기사입력 1997년 02월 09일 15시 26분
국내 프로농구선수들이 용병들의 플레이에 빠른 적응을 보이고 있다. 외국선수들이 리그 초반부에 보인 화려한 플레이에 국내 유명선수들 대부분은 주눅이 들었던 게 사실. 매경기 총득점의 70％에 육박하는 용병들의 득점력에다 흑인 특유의 탄력을 이용한 리바운드 게다가 국내선수들의 아성으로 굳게 믿었던 장거리슛까지 펑펑 집어넣는 바람에 일부에서는 "이러다 한국농구는 영영 설 땅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대구 동양） （안양 SBS） 등 일부 선수들만이 토종농구의 자존심을 살렸을 뿐 대부분의 국내 스타들은 꼬리를 내려야 했던 것.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지난 설 연휴경기를 기점으로 수그러들었다. 단적인 예로 8일 벌어진 인천 대우－대전 현대전서 대우는 네이트 터브스와 마이클 엘리어트를 투입하지 않고도 용병 2명이 뛴 현대를 1쿼터서 23－20으로 앞섰다. 최근 득점분포에서 용병들의 득점보다 국내선수들의 득점이 많은 팀이 이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6일 현대－삼성전서 현대는 국내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여 용병 2명이 41점을 넣은 삼성을 눌렀고 7일 기아－나산전서도 국내선수들이 전체득점의 70％를 나눠 터뜨린 기아가 팀득점의 55％를 용병이 독과점한 나산을 꺾었다. 이와 함께 국내선수와 용병들의 역할 분담도 확실해지고 있다. 국내선수들은 외곽플레이를 위주로 중－장거리슛에 치중하는 반면 용병들은 골밑 장악을 통한 리바운드에 전력투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 특히 리그 초반 용병들의 높이와 블록슛으로 인해 쉽사리 슛찬스를 잡지 못하던 국내선수들은 최근 `토종 3점포'의 부활을 선언중이다. 지난 5일 나산의 김상식이 3점슛 8개를 터뜨린 것을 신호탄으로 6일엔 김희선（삼성）이 5방을, 8일엔 정인교（원주 나래）가 7개의 3점포를 터뜨렸다. 이같은 국내파와 용병들의 역할 분담론에 대해 대우 최종규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의 국내농구 적응과 함께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국내선수들도 용병선수들을 활용하는 기술을 체득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반가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