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야생마 용병들 '한국식 길들이기'
기사입력 1997년 02월 06일 15시 38분
"우리가 미국땅까지 가서 너희들을 데려 온 것은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보다 나은게 없다면 너희가 한국에 더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
원주 나래 블루버드의 최단신 용병 가드 칼래이 해리스（23．1m83）는 지난 4일 대전 현대전을 끝내고 최명룡 감독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이날 나래 블루버드는 84대82로 역전승하기는 했지만 해리스의 `독선적인 행동'으로 시종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해리스는 팀플레이를 이끌어야 할 포인트가드임에도 무리한 단독플레이로 공격의 맥을 계속 끊은 것.
해리스는 현대전에서 16득점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최감독을 화나게 한 것은 득점보다는 단 1개에 그친 어시스트.
피딩을 책임지고 있는 포인트가드가 단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면 그 게임은 진 경기나 다름없다.
해리스는 한술 더 떠 문책을 하는 최감독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뭐 있느냐"며 대들었다.
`야생마'같은 용병들의 행동을 초반에 길들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도저히 다룰 수 없으리라 판단한 최감독은 "네가 미국에서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다.
코치에게 대드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한번만 더 이런 행동을 하면 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에서 한번 추방된다면 용병들에겐 치명타.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그 나라에서 쫓겨난 것 아니냐"며 차후 다른 국가의 스카우트들이 `문제성' 있는 선수는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5일 광주 나산 플라망스와 가진 나래의 홈개막전.
최감독은 개막전 행사 진행중 소개를 받고 들어오는 해리스를 힘차게 끌어안으며 따뜻하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잔뜩 얼어붙어 있던 해리스의 감정이 눈녹듯 사라진 것은 물론.
"코치가 나를 포옹해주었다"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던 해리스는 이날 코트에 10여차례 이상 나동그라질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35득점 5리바운드에 8어시스트.
최명룡 감독의 `한국식 선수 길들이기'가 효과를 보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