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 옥사나 바이올, 추락 요정
기사입력 1997년 01월 31일 17시 36분
`은반의 요정은 추락하는가！' 타고난 미모와 테크닉에다 환상의 연기력까지 겸비, 세계피겨스케이팅계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옥사나 바이울이 침몰하고 있다. 19세의 나이에 성숙한 냄새를 물씬 풍기며 아라비아의 요정 복장으로 바이울이 빙판을 누비면 스케이팅 팬들은 저마다 환호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94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가장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바이울은 그러나 최근 빙판보다는 쇼핑과 파티에 몰두해 측근들의 우려를 샀다. 그리고 지난달 13일 오전 2시30분 미국 코네티컷주 심스버리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과속으로 질주하다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빙판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당시 병원으로 옮겨진 그녀는 음주 단속의 상한선인 0.1보다 훨씬 높은 0.168을 기록했다. 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21세가 되려면 2년이 남은 상태였다. 그녀의 승용차는 전파됐고, 뇌진탕과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했으며, 같이 타고있던 스케이팅 파트너 자카리안(30)도 손가락이 부러졌다. 바이울은 최근까지도 칭송과 동정심을 동시에 받는 팬들이 몹시도 아끼는 소녀였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4세의 나이에 혜성처럼 빙판계에 등장한 그녀는 15세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스타로 자리 매김했다. 프로의 유혹과 광고 계약 등이 쏟아져 들어왔고, 바이울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가난한 스케이팅 소녀가 아니었다. 게다가 어려서 아버지가 가족들을 버렸고, 프랑스인 어머니 마리나와 조부모 밑에서 자란 그녀가 87, 88년 조부모를 잃고 91년에는 암으로 어머니까지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의 동정심은 그녀를 더욱 아끼게 됐다. 그러나 보호자도 없이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가 갑자기 들이닥친 부와 명예를 감당하기에는 16세의 나이는 너무 어렸다. 그녀의 신상에 점차 변화가 일어나 가운, 라거필드 구두, 승용차 등 초호화품들이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케이트 연습보다는 쇼핑과 파티에 더욱 몰두한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당연히 그녀의 스케이팅 실력은 예전에 비해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음주 운전의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 바이울이 다시 신기의 묘기를 빙판에서 펼칠 수 있을지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그녀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