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11)
기사입력 1997년 01월 29일 15시 24분
`동물적인 육감'이라는 말이 있듯이 빠삐용의 육감은 정확했다. 빠삐용의 왕위는 실제로 흔들리게 됐다. 무엇보다도 사파리의 모든 흐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육사들이 용팔이를 비롯한 해골파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사파리를 돌다가 빠삐용 칠성이 등 털보파와 백골파의 핵심세력을 보면 칠 듯이 패트롤카로 밀어붙였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권위를 다 팽개치고 혼비백산해서 달아나야만 했다. 사육사들의 `빠삐용 죽이기'는 계속됐다. 그렇지만 워낙 세력이 막강한 빠삐용 일당은 사파리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물론 용팔이를 정점으로 천하 용식이 억쇠 억수 등 해골파의 기세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털보파와 백골파의 연합정권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골파의 가장 큰 약점은 뚝심 같은 전략가가 없다는 점이었다. `빠삐용 죽이기'의 다음 수순은 뚝심의 가택 연금이었다. 사육사들은 아침마다 사파리에 내놓을 사자를 고른다. 사자들은 사파리 옆에 붙어있는 아파트에서 잠을 잔 뒤 아침이면 출근을 한다. 그러나 모든 사자가 다 사파리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프거나 사파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자는 사파리로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어두운 골방에서 갇혀지내야 한다. 마침 뚝심은 그 무렵 아프긴 아팠다. 알렉산더에게서 물려받은 데릴라와의 지나친 섹스가 원인이었다. 물론 출근을 하지 못할 만큼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사육사들이 빠삐용정권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뚝심을 연금조치한 것이다. 그때까지 모사꾼 뚝심의 전략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빠비용 정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일이 이쯤되자 해골파는 세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네로의 가세다. 사파리의 `제비' 네로는 그때까지 어느 파에도 들지 않고 오직 혼자서 암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지냈다. 몸 어느 한곳에 아무런 상처도 없이 말끔하게 살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사자와 싸움 한번 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네로가 해골파에 들었다는 것은 대세가 이미 해골파에 기울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네로로서는 이번 기회에 집권세력에 줄을 대 해골파가 정권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암사자를 불하받아 눈치 살피지 않고 떳떳하게 한낮의 로맨스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쿠데타가 아닌 전면전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