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희경] 피땀으로 전성시대 열었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28일 14시 47분
키가 커서 슬픈 배구 선수를 아시나요? 꺽다리일수록 유리한 게 배구.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롱다리 때문에 좌절했던 한 배구 선수의 얘기가 화제다. 국내 최장신（2m7） 배구 선수인 제희경（28）이 그 주인공. 97배구 슈퍼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현대자동차써비스 주전 센터인 그는 한때 "그 놈의 키 때문에…"를 되뇌이며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발바닥 뼈가 약해 3세트를 풀로 뛰지 못하고 늘 교체 멤버로 머물러 왔던 것. 큰 키 때문에 칼슘 등 무기질이 발 끝까지 내려가지 못해 발바닥 뼈가 약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 이는 곧바로 무릎 부위까지 부실을 초래, 그는 늘 무릎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키만 장대같이 크고 배구판에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내…." 그를 괴롭힌 것은 몸의 통증이 아니라 이 같은 주위의 손가락질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소속팀 감독을 찾아가 `명예 퇴직'을 간청하기도 했다. "목숨을 내놓고 몸관리를 하라. 부모에게서 타고난 몸 핑계를 대는 놈이 가장 못난 사내다." 강감독의 호통을 듣고난 직후 그는 피 말리는 체력 훈련에 들어갔다. 동료들이 잠든 오전 5시 숙소（ 동부이촌동） 부근 고수부지에서 뛰기 시작했다. 구단 지정 병원을 찾아 매일 물리 치료를 거듭했고, 월급의 대부분을 털어 보약을 사먹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선수 생활의 전환점으로 여겼던 97배구 슈퍼리그 개막. 그의 변신은 놀라웠다. 매게임을 풀로 뛰며 1, 2차대회에 걸쳐 27일 현재 전게임（12경기）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 몸으로만 때우는게 아니다. 그는 슈퍼리그 개인 기록 블로킹 부문에서 3위（51득점）, A퀵에서 8위（58개．이상 27일 현재）로 최고 센터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제희경. 그는 더 이상 `키가 커서 슬픈 선수'가 아니다.